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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중공업이 34년전에 만든 선박, 아직도 운항하고 있다고?

samsungshi 2014. 7. 11. 18:28

1979년 삼성중공업은 배를 짓는 데 필수인 도크를 처음 만들었습니다. 선박 수주는 쉽지 않았습니다. 선주들은 초보 조선소를 선뜻 믿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가까스로 한 척을 수주할 때마다 임직원 모두가 환호했습니다. 그야말로 살아 남기 위해 낯선 배에 함께 달려들었습니다.

높기만 했던 벽들을 하나씩 넘어가며 거제조선소는 조금씩 성장했습니다. 배 한척한척이 피땀 어린 추억을 남기고 조선소를 떠났죠. 선박 수리 사업을 하지 않기에 한번 나간 배는 제 고향을 찾는 일이 드물었습니다. 그렇다면 그 시절 삼성중공업이 지었던 배들은 지금 어디에 있을까요? 20세기 삼성중공업을 빛냈던 프로젝트 6개를 골라 따라가 보겠습니다.


석유시추보급선으로 뗀 첫 발걸음 (1980)

1980년 6월, 삼성중공업이 호주 벌크십사에 석유시추보급선 '스미트 로이드 118(SMIT LLOYD 118)'을 인도했습니다. 같은 해 8월 인도한 '스미트 로이드 119(SMIT LLOYD 119)'와 더불어 삼성중공업의 이름이 새겨진 첫째, 둘째 선박이었죠.

두 선박은 지금도 노익장을 뽐내고 있습니다. '스미트 로이드 118'은 이후 '머스크 헬퍼(MAERSK HELPER)', '스카우트 피쉬(SCOUT FISH)' 등을 거쳐 '산자르(SANJAR)'란 이름을 새로 받아 중앙아시아 내륙의 카스피 해에서 운항 중입니다. 동생 같았던 '스미트 로이드 119' 역시 '머스크 핸들러(MAERSK HANDLER), '파일럿 피쉬(PILOT FISH)', '카랑귀(CARANGUE)' 등 많은 이름을 거쳤습니다. 지금은 '메가 원(MEGA ONE)'이란 이름을 받아 지중해를 누비고 있죠.


▲ 사진설명 : '스미트 로이드' 시리즈 호선 건조 당시 1도크 전경
    ☞ 산자르(舊스미트 로이드 118) 사진 더보기 / 메가 원(舊스미트 로이드 119) 사진 더보기


세계적 조선소로의 발돋움, 하팍로이드 컨테이너선 프로젝트(1982~1991)

1982년 삼성중공업은 독일 하팍로이드사의 2,200TEU급 컨테이너선을 수주했습니다. 당시 조선 최강국이었던 일본 조선소와의 치열한 경쟁을 이겨낸 성과였죠. 두 회사의 인연은 10년 가까이 이어져 1991년에는 4,400TEU 파나막스급 '하노버 익스프레스(HANNOVER EXPRESS)'를 낳았습니다.

'하노버 익스프레스'는 인도 후 극동과 유럽항로를 취항했습니다. 지난 2007년 제 이름을 13,000TEU급 컨테이너선에게 물려 줬지만 은퇴는 아직입니다. 올해로 24살이 된 '前하노버 익스프레스'는 새 이름 '키엘 익스프레스(KIEL EXPRESS)'를 받아 지금 이 순간에도 태평양을 종횡무진하고 있답니다.


▲ 사진설명 : 시운전에 나선 '하노버 익스프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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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넓은, 더 깊은 바다로! 최초의 FPSO 'GRIFFIN VENTURE' (1993)


1993년 11월, 삼성중공업이 호주 BHP사에 '그리핀 벤쳐(GRIFFIN VENTURE)'를 인도했습니다. 최대 8.5노트의 자항능력을 갖춘 이 FPSO는 <마린로그>, <마리타임 리포터>, <네이블 아키텍츠> 등 세계 유수의 전문지에서 최우수 제품으로 선정되기도 했죠. '그리핀 벤처'는 1994년부터 호주 북서부의 그리핀 유역에서 하루 8만 배럴의 원유를 생산했습니다.

지난 2012년, 싱가포르의 수리 조선 업체인 케펠 조선소는 어느덧 20년차가 된 이 FPSO의 개조 계약을 따냈습니다. 이후 '그리핀 벤쳐'는 '아마다 클레어(Armada Claire)'란 새 이름을 받아 말레이시아 부미 아마다사가 호주 시장에 진출하는 선봉장이 되었죠.


▲ 사진설명 : 안벽에 계류 중인 '그리핀 벤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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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가능성을 열다, 드릴십 'DEEPWATER PATHFINDER' (1998)

조그마한 석유시추보급선을 만들던 삼성중공업은 20여년이 지나 신개념 석유시추선을 만드는 데 성공합니다. 1998년 삼성중공업이 건조한 세계 최초의 드릴십 '딥워터 패스파인더(DEEPWATER PATHFINDER)'는 역대 최대 크기의 해양유전개발 선박(10만 3천톤급)이었습니다. 코노코사와 R&B사의 컨소시엄에서 발주한 이 드릴십의 가격은 2억 4천만 달러, 당시까지 국내에서 건조된 선박 사상 최고가였죠. 드릴십이 삼성중공업의 상징으로 자리 잡는 동안, '딥워터 패스파인더'는 지구 반대편의 멕시코만에서 시추 작업에 몰두해 왔습니다.


▲ 사진설명 : 고현만에 떠 있는 '딥워터 패스파인더'


또 하나의 고부가가치 선박, LNG선 'SK SUPREME' (2000)


삼성중공업 최초의 LNG선 '에스케이 수프림(SK SUPREME)'은 당시 세계 최대 적재량(138,200CBM)을 자랑했습니다. 2000년 1월 SK해운사에 인도된 이 선박의 선가는 2억 2천만 달러로 당시 유행하던 5,500TEU급 컨테이너선 4척과 맞먹었죠. '에스케이 수프림'은 인도 후 극동항로에 취항, 지금까지 동아시아 바다를 부지런히 오가고 있답니다.


▲ 사진설명 : '에스케이 수프림' 명명식  
 


바다는 넓고 할 일은 많다, 해양개발선 'SAIBOS FDS' (2000)


'사이보스 에프디에스(SAIBOS FDS)'는 삼성중공업이 국내 최초로 건조한 다목적 해양개발선이었습니다. 1998년 이탈리아 사이보스사로부터 8천만 달러에 수주한 이 선박은 최대 2,000m의 수심에서 송유관 가설과 플랜트 설치가 가능했죠. 2000년 선주사에 인도된 사이보스 에프디에스는 현재 브라질 동부의 론카도르 광구에서 작업하고 있습니다.


▲ 사진설명 : 진수 중인 '사이보스 에프디에스'  
    ☞ 사이보스 에프디에스 사진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