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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동네 역사기행] 거제 학동에서 만난 근대한옥!

samsungshi 2016. 8. 26. 15:04

 



이번 탐방은 학동으로 달려 가보겠습니다.

거제도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관광지 중 하나는 바로 학동 몽돌해수욕장입니다.
한번쯤 가보셨을 학동에는 몽돌해수욕장만 있는 것이 아니랍니다.

우리 곁에 항상 있었지만 우리가 알지 못했던,
등록문화재 277호 <진석중 가옥>이 학동에 위치하고 있는데요.
역사가 함께하고 있는 이 곳으로 함께 가보도록 하겠습니다.

참고로 등록문화재근대문화유산 가운데 보존가치가 큰 문화재를 말합니다.
주로 개화기부터 6·25전쟁 전후의 기간에 건설·제작·형성된
건조물·시설물·문학예술작품·생활문화자산 등이 주요 대상이라고 합니다. 



닫혀있는 눈과 마음을 활짝 여시고 출발!


진석중 가옥 입구


입구에서 반겨주는 개똥이


'진석중 가옥'은 이 지역 제 4대 국회의원을 지낸 진석중 씨가 24세인 1947년에 지은 건물입니다.



대문이나 굴뚝의 크기를 보면 그 집의 규모를 어느정도 짐작할 수가 있는데요.
집의 규모와 더불어 식모(가정부) 둘에 머슴을 몇이나 거느렸다고 적힌 문구를 통해
이곳이 과거 얼마나 잘 사는 집이었는지 알 수 있습니다.

아쉬운 건 빈집으로 너무 오래 방치되는 바람에,
본래 대문으로 들어오는 크고 바른 길에
 새로운 건물들이 우후죽순 들어서서 대문 밖은 절벽이 되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출입을 하려면 별채 뒤 허물어진 담 사이로 가야했습니다.

대문채 우측에 보이는 방은 머슴들이 거처하는 곳이었습니다.
손님이 오면 바로 나가서 문을 열어주고 안내를 해야했기 때문에
대문과 가까운 공간에 머슴들이 거처하는 것이 과거의 일반적인 형태였습니다.



별채 맞은 편에 위치한 광채는 정면 4칸, 측면 2칸의 팔작지붕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내부는 세 개의 공간으로 나뉘어져 있고, 2칸은 광으로, 나머지 한 칸은 다시 2개의 방으로 나뉘었는데,
광 안에 설치된 아궁이를 통해 난방과 취사가 가능하게 되어있어
전통 한옥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특징을 보이고 있습니다.


별채와 정원




 별채의 정면과 배면(화장실과 욕실로 이어지는 툇마루)

별채는 정면과 배면에 툇마루를 두고 2개의 방과 화장실, 욕실 등으로 구성되어있는데
배면의 툇마루를 통해 화장실과 욕실이 이어지고,
불을 지펴 물을 끓여 사용하던 무쇠욕조를 쓰던 구역의 흔적은 남아있으나
무쇠욕조는 현재 남아있지 않았습니다.


별채 툇마루에 가지런히 놓여있는 농기구들



안채





안채는 정면 5칸, 측면 3칸의 팔작지붕으로 구성되어있고, 공간구성은 정면에 툇마루를 두고
대청마루와 3개의 방과 부엌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부엌 옆방과 우측면의 큰 방에 벽장이 설치되어있는데, 이것 역시 전통한옥과는 다른 모습으로
해방기 이후 일본식 가옥의 형태가 아직 남아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부엌 전면에는 시멘트 블록으로 나지막한 담장을 둘러싼 장독대 공간이 있고,
부엌 좌측면에는 우물이 있어 일하는 여성의 동선을 최소화 하는 배려를 엿볼 수 있습니다.


보수된 기와


보수전 일본식 기와

지붕은 점토로 구워만든 일본식 평기와였으나, 보수공사로 인해 모두 바뀌었습니다.





진석중 가옥은 해방 이후 1947년, 통영 거주 목수에게 의뢰하여 신축한 것으로,
안채, 별채, 광채, 대문채, 화장실 겸 외양간 등 5동으로 구성되어 있으나
이 중 화장실 겸 외양간을 제외한 4동만 등록문화재로 등록되어있습니다.

건립 당시만 하더라도 학동만이 한눈에 들어오는 위치였으며,
별채에서 말씀드린 것과 같이 일본식 화장실과 욕실 등 일본 전통가옥의 특징이 반영되어 있습니다.
일제강점으로부터 광복된 이듬해 1947년에 건립되었기에 안채와 광채, 대문채는 전통 한옥양식으로,
별채는 일본식 주거양식으로 되어 있어 전통한옥과 일본식의 양식이 접목된 시대상을 볼 수 있습니다.

이와 같이 진석중 가옥은 당시 이 마을에서 가장 좋은 주택으로
거제 지역의 여타 근대 한옥보다 우수한 건축요소를 보여주고 있으며,
광복 이후 전통 주거양식이 근대 주거양식으로 넘어가는 과도기의 근현대사를 읽을 수 있는
또 하나의 '거제 문화재'로 볼 수 있습니다.

2006년 등록문화재 제277호로 등록되어 2010년, 2011년에 이어 계속해서 보수공사가 이뤄지고 있으나,
기존의 역사적 가치가 제대로 보존되지 못하고 보수공사가 이뤄지는 모습이
조금은 아쉬움이 남습니다.

새것과 헌것의 만남, 과거와 미래의 만남은 결코 쉬운 것이 아닌가 봅니다.

과거에 치중하다보면 다가오는 미래를 예측할 수 없으며,
새로운 것만 찾다보면 빈약한 지반에 지어지는 모래성 밖에 될 수 없습니다.

지금 우리의 조선업 역시 호황이었던 과거와 불황의 미래 사이에 있습니다.
기성세대의 노하우와 젊은 에너지의 새로운 아이디어가 하나가 된다면
우리는 또다른 새 역사를 만들 수 있을 거라 확신합니다.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posted by 블록물류부 천종우 반장

사내 매체인 '社생활이야기'에서 칼럼니스트로 활동중이며,

거제지역의 역사가 담긴 현장을 칼럼에 담아 큰 호응을 얻은바 있다.

<우리동네 역사기행>을 통해 거제 인근 지역까지 발을 넓히며 다양한 역사 이야기를 소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