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이야기] 선박의 이름은 어떻게 지어질까?
선박은 예로부터 여성 명사로 지칭이 되곤 했는데요. 이는 선박이 여성처럼 화장(도장)을 하는 데다 여성의 이미지처럼 부드럽게 항해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취급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한때 여성이 배에 타면 부정을 탄다 하여 금기시하기도 했지만, 현대에는 여성진출이 활발하고 선원도 많아져 이러한 금기는 없어졌다고 하죠. 그래서 요즘엔 선박을 지칭할때 여성 3인칭 대명사인 'She'가 아닌 중성대명사인 'It'을 사용하기도 합니다.
선박이 완성되면 인도 전에 선주를 조선소로 초청해 선박에 이름을 부여하는 '명명식' 행사를 엽니다. 선박의 탄생을 세상에 알리고 무사 운항을 기원하는 행사로서, 건조행사 중 가장 중요한 행사 중 하나이죠. 명명식 행사에서 도끼로 밧줄을 끊는 역할은 주로 선주의 부인이나 딸이 맡는데, 이 여성을 대모(God mother, 갓 마더) 또는 스폰서(Sponsor, 후견인)라고 부릅니다.
그렇다면, 선박의 이름은 어떻게 선택되는 것일까요? 몇 가지 사례를 통해서 살펴보겠습니다. ^^
┗ 2008년 인도한 세계 최대 크기인 26만6천㎥급 LNG선 모자(Mozah)
Mozah
삼성중공업은 지난 2006년 3월 카타르 국영선사인 QGTC社로부터 당시 사상 최고가인 2억 9천만 달러에 세계 최대 크기인 26만6천㎥급 LNG선을 수주했는데요. 이 선박은 2008년 카타르의 셰이카 모자 왕비의 이름과 같게 모자(Mozah)라고 이름 붙여졌습니다.
VASILY DINKOV
'VASILY DINKOV(바실리 딘코프)'는 삼성중공업이 2007년 건조한 세계 최초의 극지운항 쇄빙유조선에 붙여진 이름입니다. 前 러시아 에너지 관련 유명 정부 관료의 이름을 따서 명명되었죠. '바실리 딘코프'는 10년간의 연구와 2년의 건조과정을 통해 만든 7만톤급 쇄빙유조선으로서, 그동안 북극 항로의 장애물이었던 얼음을 직접 깨면서 나아가는 쇄빙선과 유조선이 결합된 최초의 상선입니다.
LNG Finima Ⅱ, LNG PORT-Harcourt Ⅱ
Finima(피니마)는 나이지리아 보니섬 안에 있는 마을의 이름에서, PORT-Harcourt(포트하코트)는 나이지리아 남부의 항구 도시의 이름에서 따온 것인데요. 지난 1984년 건조하여 타사에 매각된 LNG Finima와 1976년 건조해 현재까지도 BGT에서 운용 중인 LNG PORT-Harcourt가 조만간 폐선 예정이라고 합니다. 역사 속에서 사라진다고 하니 아쉽지만, 두 선박 모두 30년 이상을 운항했으니 정말 오래됐죠? 그래서 이번에 같은 이름의 두 번째 선박인 LNG Finima Ⅱ, LNG PORT-Harcourt Ⅱ가 2015년 새롭게 탄생하게 된 것이랍니다.
Gaslog Saratoga, Gaslog Salem
이 두 선박은 지난 2011년 세계적인 LNG 선단인 그리스 가스로그(GasLog)社에서 수주한 LNG선인데요. 가스로그는 Ceres Shipping Group 산하의 LNG선 운영회사로서, 2003년 7월에 설립되었습니다. SARATOGA는 미국 캘리포니아州의 도시명으로, SALEM은 미국 매사추세츠州의 도시명으로 명명되었는데요. 가스로그 LNG선은 주로 Gaslog Shanghai, Gaslog Singapore, Gaslog Sydney 등 각국의 도시명으로 명명되고 있답니다.
Cautin, Copiapo
지난 2013년 4월 CSAV(Compania Sud Americana de Vapores)社로부터 수주한 이 컨테이너선은 각각 Cautin과 Copiapo로 명명되었는데요. 이 선박은 9,300TEU급 컨테이너선으로, 선명은 칠레의 강이름에서 따왔는데요. 삼성중공업에 발주된 CSAV社의 선박은 주로 칠레의 도시와 강 등의 이름으로 명명됐습니다.
이렇듯 선박은 나름의 의미를 담은 이름을 갖고 있는데요. 갓난아이가 엄마 뱃속에서 나와 부모가 지어준 이름을 갖게 되는 것처럼, 오랜시간 작업자들의 땀과 열정이 녹아있는 선박도 선주에게 인도되기전 특별한 이름을 갖습니다. 앞으로 건조되는 선박은 어떤 새로운 이름을 부여받을지 궁금해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