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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우체통 그리고 손편지의 추억

samsungshi 2013. 1. 14. 09:21

흔히 우리는 '추억을 먹고 산다'고 얘기하죠. 누구나 소중한 무언가를 서로 다른 이유로 간직하고 있는데요.
그 중 하나가 바로 '손으로 직접 쓴 편지'가 아닐까 합니다. 지금은 이메일로, 혹은 스마트폰 메신저가 대신해 주고 있지만 한때는 정성들여 쓴 편지가 우정을 돈독하게 해주고, 또 기다림이라는 설레임을 전해주었는데 말이죠. 

추억속의 손편지와 편지를 전달해주던 빨간 우체통. 오늘은 여러분에게 그 추억을 선물해드릴게요~ ^^
삼성중공업 CS그룹 김완섭 사원이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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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에게 보물은 어린시절 친구들에게 받았던 카드나 엽서, 그리고 포스트잇 입니다. 졸업식, 크리스마스 때 받았던 카드나 엽서도 있고, 중요한 시험을 앞두고 있거나 축하할 일이 있으면 음료수 한 캔에 마음을 담아 전했었는데, 포스트잇은 그러한 마음을 담아 내었던 좋은 공간이었습니다.

가끔씩 기분이 울적해질 때면 편지들이 담긴 상자를 열어 보곤 합니다. 특히 포스트잇에 적힌 글을 읽어보는 경우가 많은데요. 음료수 캔에 붙어 있던 포스트잇에 담긴 친구들의 마음은 값으로 측정할 수 없는 귀한 것들 이었습니다.
 


비뚤비뚤한 글씨로 '초대 않해도 괜찮아', '새해 복 만이 받아' 라고 쓰여진 엽서 및 카드에서는 이렇듯 순수함이…
이 편지를 줬던 친구와는 세월이 흘러 회사에서 동료로 다시 만났습니다. ^^

 


 <작년 가장 hot한 영화 중 하나였던 '건축학 개론' 입니다.>

그리고, 사춘기 때 '우리 좋은 사이로 지내자'라는 짧은 글귀 하나에 당시의 설렘이 떠오르기도 하고요. 

때로는 이런 편지들 속에서 그리움과 아련함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학창시절에는 생일이나 좋은 일이 있으면 방송반에 짧지만 고마운 멘트를 남겨 준 친구들도 있었습니다.




1996년, 당시 담임 선생님께서 "니 e-mail 보낼 줄 아나?" 라고 물어보신 게, e-mail이란 녀석과의 첫 만남이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당시에는 그게 무엇인지, 어떻게 보내는지도 잘 몰랐기 때문에 '이게 도대체 어디에 필요하겠나' 싶었습니다. 그런데 17년이 지난 지금, e-mail은 가장 효율적이면서 위력적인 커뮤니케이션 수단이 되었습니다.


지금은 온라인으로 편지를 보내는 것이 너무도 당연하고 일상적인 일이 되어버려, 손으로 쓰는 편지들이 잊혀지고 있다는 게 좀 안타까운 생각이 듭니다.


<중학생이었을 당시에, 주위의 것들을 포기하지 말라는 무척 어른스러운
조언을 해준 고마운 친구였습니다. 지금 어디서 무얼하고 있을지..>


'손편지'가 점점 e-mail로 대체되면서, 우리 주변에 보이던 우체통 또한 하나 둘씩 사라져 갔습니다.
거제에서 산 지도 올해가 18년 째인데, 처음 이사 올 당시에는 군데군데 보이던 빨간 우체통이 어느새 사라지고 그 자리는 주차공간이 없어서 하나 둘 인도를 비집고 들어서는 차량들로 채워졌습니다. 
 
제가 사는 장평 인근에도 우체통이 있을지가 궁금했습니다. 출·퇴근 길 유심히 살펴보았는데도 보이질 않더군요. 한참을 숨바꼭질하다 마침내 우체통 하나를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거제 장평오거리에서 문화관 쪽으로 들어서는 길에 놓여진 우체통입니다. 


<반갑다, 빨간 우체통!^^>


여기에 있는 우체통도, 손편지도 언젠가는 우리 곁을 떠날지도 모릅니다. 그래도 이들에게 아직 안녕이라는 말을 하기엔 이르지 않나 생각해봅니다.

연인, 배우자, 가족를 비롯한 소중한 사람들에게 마음을 전할 때, 정자로 또박또박 인쇄된 편지보다는 손에 잉크를 묻혀가며 써 내려간 '손편지'가 아직은 훨씬 더 사랑스럽고 감동적이니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