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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이야기] 드릴십은 어떻게 시추를 하는걸까?

samsungshi 2013. 9. 6. 19:06

신문이나 TV, 혹은 이 곳 블로그를 통해 '드릴십'에 대해 한번쯤 들어보셨을텐데요. 사실 무슨 일을 하는 배인지는 정확히 개념이 안 잡히셨을거예요. 그래서 오늘은 드릴십에 대해 파헤쳐보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습니다. ^^
 
드릴십은 깊은 바다 밑바닥에 구멍을 뚫어 원유나 가스가 매장되어 있는 곳을 발굴하는 시추설비인데요. 나무나 금속에 구멍을 뚫는 공구, '드릴' 아시죠? 쉽게 말해, 그러한 공구를 배에 달아 깊은 바다 밑바닥에 구멍을 뚫는 일(시추)을 하는 선박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우리나라 말로는 시추선이라고 하죠. 보통 길이는 228~230미터, 폭은 36~42미터, 그리고 Derrick을 제외한 선체의 높이가 18~20미터 정도 됩니다.


▲ 반잠수식 시추선(Semi-submersible Rig)


드릴십과 마찬가지로 시추장치를 가지고 있는 부유식 구조물이 또 있습니다. 위의 사진에서 보시는 '반잠수식 시추선'이 그것입니다. 반잠수식 시추선은 배 아랫부분을 바닷속에 잠기게 하여 시추하는 형태인데요. 일반적으로 시추선의 발 역할을 하는 폰툰(Pontoon)과 4~6개의 칼럼(Column, 폰툰과 상부갑판을 연결해주는 역할)을 가집니다. 드릴십과 역할은 같지만 선박에 비해 파도를 맞는 면적이 적고 폰툰 간 간격이 상대적으로 넓습니다. 그러다보니 넓은 갑판을 보유할 수 있어 안정성이 뛰어나 거친 날씨에도 강하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선형이 특이해서 이동은 아주 느리지만 5~6노트 속도로 자항(자력으로 항해)이 가능하여 바지선에 실어서 목적지로 이동시키기도 합니다.


이에 비해 드릴십은 시추장비를 탑재한 선박형태로 되어 있어서 한 곳에서 시추를 끝내고 다른 곳으로 다시 빠르게 이동할 수 있습니다. 또한 수심이 깊어 고정식 해상 플랫폼 설치가 불가능한 지역에서도 시추작업이 가능합니다. 해수면에서 12km까지 시추가 가능하니 어마어마하죠?? 에베레스트가 8.8km라고 하니, 감이 오시나요? ^^

드릴링 파이프가 바다 깊숙한 땅속에 꽂혀 있으므로, 드릴링이 시작되면 배가 한자리에 고정되어야 하는데요. 실제 해류방향에 따라 방향을 바꾸고 라이저(Riser, 해저 유정과 해상 플랫폼을 잇는 파이프 형태의 구조)가 끊어지지 않는 범위에서 움직임을 합니다. 하지만 바다가 너무 깊어서 배를 고정시키는 닻을 내릴 수가 없답니다. 닻의 길이는 한계가 있어 바닥까지 닿을리가 없으니까요.

그래서 닻을 내리지 않고도 배가 움직이지 않도록 DPS(Dynamic Positioning System)를 사용하는데요. GPS(Global Positioning System : 위성항법장치), HiPAP(High Precision Acoustic Positioning System) 그리고 Wind Sensor 등 각종 Sensor로 위치정보를 분석하고 6대의 아지무스 쓰러스터(Azimuth Thruster)를 이용해 실시간으로 자신의 위치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입니다. 

GPS는 세계 어느 곳에 있던지 인공위성을 이용하여 자신의 위치를 정확히 알 수 있게 해주는 시스템인데요. 자동차 네비게이션과 마찬가지로 선박 역시 이 시스템을 이용하고 있답니다. 물론 선박의 경우는 일반 GPS가 아닌 DGPS(Differential GPS, 다중 GPS)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아지무스 쓰러스터는 얼마전 메이퀸이라는 드라마에서도 소개가 되어 보신 분들도 계실텐데요. 위에서 보시는 그래픽처럼 선풍기를 배 밑에 거꾸로 달았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360도 회전하는 쓰러스터가 실시간으로 강약을 조절하며 각각 움직여 선박의 위치와 자세를 제어하기도 하고 프로펠러와 같이 추진을 위해 쓰이기도 합니다. 프로펠러는 배를 이동시킬 목적으로 선미에 붙어있지만, 아지무스 쓰러스터는(앞서 말한 위치조정을 원활히 하기 위해서) 선미와 선수부 아래에 각각 3개씩 설치되어 있습니다. 

7~8미터의 높은 파도가 치더라도 아지무스 쓰러스터가 계속 가동되기 때문에 선체 내부에서는 바깥에서 치는 파도만큼의 흔들림을 느낄 수 없답니다. 자동차로 비유하자면 벤츠보다 좋은 롤스로이스를 타는 느낌이랄까요? ^^ 풍랑주의보가 발령되고 집채만한, 아니 그보다 더 큰 파도가 밀어쳐도 생각만큼 배가 흔들리지는 않으니 말이죠. 어때요? 굉장한 기술이죠!



그렇다면 바다 밑 구멍은 어떻게 뚫는 것일까?
사진에 표시된 것은 데릭(Derrick)이라 부르는 구조물인데요. 저곳에 시추를 하기 위한 각종 장비들이 있답니다. 이 곳에는 드릴링 파이프를 회전시켜 실제 시추를 하는 Top Drive와 드릴링 파이프를 결합하는 장비들이 있을 뿐만 아니라, 정말 중요한 관이 조립되는 곳이기도 합니다. 라이저(Riser)라고 불리는 이 관을 여러개 조립하여 수 천 미터 해저까지 연결하여 드릴링 파이프를 그 속으로 내려 해저를 시추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죠.

시추를 하려면 제일 먼저 해저에 얕은 구멍을 내 Casing이라는 관을 삽입하여 시멘트로 굳힌 후 시추기반을 만들어야 합니다. 그 다음 문풀을 통해 앞서 말한 라이저(Riser)에 BOP(Blow out Preventer)를 연결하여 바다 밑으로 내려보내야 합니다. 시추기반, BOP 그리고 라이저의 결합 이후, 본격적인 시추를 위해 라이저 내부의 빈 공간으로 드릴파이프가 들어갑니다. 그 끝에는 드릴 비트(Drill Bit)가 달려있는데요. 이 장비는 Top Drive의 회전력을 이용해 효율적으로 암석을 파괴할 수 있어야 합니다.


드릴 비트는 시추를 하는 동안 많은 열이 발생하고 다량의 암석 부스러기를 만들어 냅니다. 과열된 드릴 비트를 냉각시키고 암석 부스러기들을 효율적으로 제거한다? 상당히 어려운 과제죠? 이를 동시에 해결하기 위해 채택한 것이 진흙(Mud) 순환방식입니다

드릴링 파이프 내로 지질특성에 맞게 특수 제작된 진흙을 고압으로 주입하고, 끝단에 있는 비트를 거쳐 다시 라이저를 통해 회수 및 순환시키는 과정인데요. 시추관 끝에 도착한 진흙은 노즐에서 강한 압력으로 분사되고, 분사 후에는 유정의 벽과 시추관 사이 틈을 통해 다시 위로 밀려 올라옵니다. 이때 단순히 그냥 올라오는 게 아니라 파낸 흙과 암석 부스러기를 함께 운반합니다. 노즐의 압력으로 분사되는 힘으로 바닥에 구멍을 뚫고, 또 진흙의 점착성을 이용해 절삭된 부스러기를 위로 가져 올라오게 함으로써 구멍 뚫기 작업이 순조롭게 진행되는 원리입니다. 이 과정에서 진흙은 과열된 드릴 비트를 냉각·윤활시키며 고압으로 암석 부스러기를 밀어 올려 라이저를 통해 드릴십으로 보냅니다. 회수된 진흙은 특수한 처리과정을 통해 암석 부스러기와 분리되어 재활용 할 수 있습니다. 

어느 정도 깊이까지 굴착이 진행되면 유정의 붕괴 및 원유와 가스 유출을 방지하기 위해 시추관을 끌어 올린 후 시멘팅 파이프를 유정 구멍에 삽입합니다. 그리고 시멘팅 파이프와 유정 벽 사이에 시멘트 반죽을 압축해 넣은 다음에 굳혀 안정된 구멍을 확보합니다. 그러면 구멍 지름은 처음 뚫은 것보다 줄어들게 되고, 이후에는 좀더 지름이 작은 시추관을 이용해 원유 및 가스가 매장된 곳까지 굴착을 진행하게 되는 것이죠.



FPSO, 이제 네 차례야!

자, 시추를 마쳤다면 이제 FPSO가 출동 할 차례입니다. 아시다시피 드릴십은 '유정을 뚫는 역할'을 하는 선박이고요. 기름을 퍼올리는 것은 '바다 위 정유공장'으로 불리는 FPSO라는 친구가 대신하게 됩니다. 

FPSO는 원유의 생산·저장·하역설비를 담당하는 선박인데요. 일반적으로 FPSO는 엔진이 없어 자력으로는 항해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석유가 매장된 지역을 찾으면 예인선을 이용하여 해당 지역으로 FPSO를 끌고 와서 그 곳에 고정시킨 후 수십 년을 움직이지 않고 선박의 수명이 다할 때까지 작업을 진행합니다. 그래서, 파도가 거칠고 빙하가 자주 출몰하는 지역에서는 석유자원 매장을 발견해도 사실상 채굴이 어려워, 온화한 지역 등 제한된 수역에만 투입되는거랍니다.

자, 이제 드릴십이 어떻게 시추하고, 원유를 어떻게 옮겨가는지 아셨죠?
재미있는 배이야기는 앞으로도 계속됩니다. 쭈욱~ ^^


posted by 서정은 과장 (홍보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