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온난화로 인해 올 여름 북극의 바다 얼음이 예년보다 빠른 속도로 녹고 있다고 합니다. 이런 추세대로라면 1979년 인공위성 관측을 시작한 이래 가장 작은 크기로 줄어들 것으로 보인답니다.
지구 온난화는 기상이변의 원인이 되기도 하지만, 물류운송에 있어서는 좋은 기회가 되기도 합니다. 북극해 항로가 열리기 때문인데요. 북극 얼음이 녹아 북극해 항로가 열리면 항해 거리를 크게 줄일 수 있습니다. 한국에서 유럽까지 북극해 항로를 이용하면, 수에즈 운하를 통과할 때보다 거리는 36%, 시간도 절반 가까이 줄어든다고 합니다. 요즘 골치거리인 해적도 피할 수 있으니 1석 2조가 아닐 수 없죠. 인도양에서 활약하는 해적이 북극으로 원정오지는 못하겠죠?^^
하지만, 북극해 항로를 실제로 이용하려면 아직도 몇 십년은 더 기다려야 한답니다. 떠다니는 얼음 등 위험요소가 많기 때문이죠. 그래서, 조선업계에서는 쇄빙이 가능한 극지용 선박, 즉 쇄빙상선 개발에 앞장서고 있는데요.
삼성중공업은 지난 2007년 세계 최초로 양방향 쇄빙이 가능한 극지용 쇄빙유조선을 건조하는 등 극지용 선박 개발을 선도하고 있습니다.
▶ 삼성중공업이 건조한 쇄빙유조선이 결빙해역을 항해하는 모습
삼성중공업의 쇄빙유조선은 지난 2005년 러시아 최대 국영해운사인 Sovcomflot社로부터 수주한 것인데요. 이 선박이 운항하는 바렌츠海는 ▲연중 210~290일간 바다가 1.5m 두께로 얼어붙으며 ▲얼음 위로 다시 20cm의 눈이 쌓여 선박 운항이 제한되는 극한의 해역으로 널리 알려진 곳입니다.
지금까지 극지방에서의 원유 운송은 쇄빙선이 앞서 가면서 얼음을 깨고, 유조선이 그 뒤를 따르는 식으로 진행돼 왔는데요. 쇄빙유조선은 이 두 선박을 하나로 합침으로써 극지방에서의 화물 운송 효율을 극대화하였죠.
그렇다면, 이 쇄빙유조선은 현재 어디를 운항하고 있을까요.
항해의 출발지는 러시아 북부의 무르만스크 항입니다. 북극권에 있지만 해류의 영향으로 겨울에도 얼지 않는 부동항이죠. 러시아 해군의 전략적 요충지이기도 합니다.
삼성중공업이 건조한 쇄빙유조선의 임무는 결빙해역인 바랜디 유전에서 생산한 원유를 이 곳 무르만스크항으로 운반해 오는 것입니다.
▶ 무르만스크와 바랜디 유전지역 지도. 그렇게 먼 거리는 아니지만 얼음이 어마어마 하답니다.
부동항인 무르만스크항에서 바랜디 유전을 향해 출발한 뒤 약 2일이 지나면 결빙해역을 만나게 됩니다. 이 지역의 바깥 온도는 1~2월 영하 35도까지 떨어지기도 합니다. 백야현상으로 해가 지지 않는 날도 많습니다.
▶ 영하 35도까지 떨어지는 혹한기에 촬영한 쇄빙유조선의 갑판 모습
결빙해역의 가장자리에는 살얼음막과 팬케익 형태의 얼음조각이 떠있습니다.
▶ 팬케잌 같은 얼음 덩어리들이 뭉쳐 있는 모습
이 해역을 지나 항해를 계속하면 두께 1미터 이하의 얼음층이 나타나는데요. 쇄빙유조선이 전진하면 앞쪽의 얼음은 지진이 난 것처럼 갈라진답니다.^^
▶ 지진이 난 것처럼 갈라지는 얼음. 뱃머리에서 촬영한 모습입니다.
결빙해역에 들어서 약 12시간 이상 항해를 하다보면 마침내 1.5미터의 두꺼운 얼음지대가 나타나게 됩니다. 이때부터 쇄빙유조선은 180도 방향을 돌려 선박 후미로 얼음을 깨며 나아갑니다. 선체에 무리가 가는 것을 막기 위해서입니다.
▶ 두꺼운 얼음지대를 지나가는 쇄빙유조선
약 4일간 항해를 계속하면 바랜디 해역의 해상 원유하역 터미널에 도착하게 됩니다.
▶ 1시 방향에 보이는 빨간 물체가 원유하역설비. 왼쪽은 이 지역에서 활동하는 쇄빙선입니다.
이 곳에서 쇄빙유조선은 뱃머리에 대형 파이프를 연결해 원유를 싣고 출발지인 무르만스크 항으로 돌아가게 된답니다.
▶ 배 옆쪽에 원유이송 파이프가 달린 일반 유조선과 달리 쇄빙유조선은 뱃머리를 통해 원유를 주고 받습니다.
편도 약 4일의 짧은 항로이지만 쇄빙유조선은 북극의 얼음, 그리고 혹한과 싸우며 극지방 원유운송의 새 장을 열어가고 있습니다.
▶ 쇄빙유조선은 북극의 얼음바다에서 새로운 물길을 열어가고 있습니다.
[배이야기] 얼음 깨는 선박 들어보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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