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I 이야기

드릴십 시운전 현장을 소개합니다!

samsungshi 2011. 4. 6. 17:26

선박 건조가 완료되면 선주에게 인도하기 전에 반드시 거쳐야 하는 작업이 있습니다. 시운전이 그것인데요. 우리가 만든 선박을 실제로 운항해 보면서 성능에 이상이 없는지 최종적으로 확인하는 과정이죠.

삼성중공업하면 떠 오르는 선박! 드릴십 시운전을 얼마 전에 다녀왔는데요. 그 생생한 현장을 사진과 함께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2009년에 삼성중공업에 입사해서 제가 가장 먼저 맡은 일은 Pacific Drilling社로부터 수주한 드릴십의 기본 도면을 정리하는 일이었습니다. 바로 이번에 시운전을 다녀온 그 선박이죠.

입사 이후 만 2년 동안 이 선박의 자재 발주, 도면 출도 등을 챙기며 오로지 이 선박 만을 바라보고 일해왔기 때문에 이번 시운전 승선은 저에게는 정말 의미가 컸습니다. 시운전을 떠나기 전날 밤에는 잠까지 설쳤으니 말입니다.^^
 
시운전을 떠나는 날 아침. 사무실에 출근하자마자 짐을 꾸리느라 정신이 없었습니다. 시운전 도중에 일어날 수 있는 각종 문제점에 대비하기 위해 도면은 물론이고 각종 안전장비도 챙겨야 하기 때문이죠.


오전 8시 30분 드디어 승선완료!

드릴십의 다이내믹 포지셔닝 시스템(Dynamic Positioning System, 바다 위에서 선박의 위치를 일정하게 제어하는 장비)을 가능케 하는 6개의 트러스터(Thruster, 추진장치)들이 힘차게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자, 이제 출항입니다~! 



시운전 첫 날에는 긴급 상황이 발생할 경우 탑승할 구명보트를 확인하고 집결 장소를 배정받습니다. 


이번 시운전에서는 시추 작업에 대한 테스트가 진행되었는데요. 트롤리(정해진 레일을 따라 장비를 옮기는 기구), 크레인 등을 작동시켜 부하가 걸렸을 경우에도 이상이 없는지 실제 시추 작업이 벌어지는 것으로 가정하고 초기 작업을 수행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그리고, 작업자가 생활하는 공간에 소음이 많지는 않은지, 설치된 기기들은 잘 작동하는지도 곳곳에서 테스트가 이루어졌고요.


BOP(Blowout Preventer)는 해저에 있는 유정 입구에 설치되는 장비로 원격 제어 및 모니터링이 가능한 특수 밸브인데요. 유정에서 올라오는 폭발의 위험을 방지하는 핵심 장비이기 때문에 드릴십과 작업자들의 안전을 위한 BOP 부하 테스트는 매우 중요합니다.
 


아래 사진은 문풀(Moon Pool)이라고 불리는, 드릴십 중앙의 커다란 구멍인데요. 이곳으로 드릴 파이프 등 각종 기계들이 오르 내립니다. 이 구멍은 수영장 만큼이나 크고, 밤에는 달이 반사되기도 해서 문풀이라고 부른답니다. 실제로 보면 정말 크답니다! 


매일 오전 7시와 저녁 식사 이후에는 선주, 선급, 기술자 등 많은 사람들이 모여 회의를 갖습니다. 그 날의 테스트에 관한 정보를 공유하는 자리이지요. 이 때 나오는 얘기를 꼼꼼히 메모해두는 것은 필수! 

전계장 분야 설계를 맡은 저는 시운전 중 그동안 제가 설계했던 부분에 대해 사용자 입장에서 꼼꼼히 체크해 보았는데요. 장비 운용도 살펴보고, 여기 저기 찾아다니며 개선할 포인트도 기록해 두는 등 바쁘게 돌아 다녔습니다.


시운전은 늦은 밤까지도 계속되는 작업이다 보니 오후 10시와 자정 두 차례에 걸쳐 야식이 제공됐습니다. 야식은 두 종류로 나뉘는데요. 외국인이 선호하는 햄버거와 샌드위치 그리고 내국인을 위한 라면, 국, 핫바 등이 잠들기 전의 배고픔을 달래줬습니다. 

자정의 야식은 미리 신청하지 않을 경우 놓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종종 울상을 짓는 이들도 눈에 띄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렇게 맛있는 야식 획득! ^^ 


작업이 없을 때에는 주로 선실에서 휴식을 취합니다. 시운전 중 기록한 사진들을 정리하고 수기로 기록한 부분들을 옮길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죠. 따뜻한 물은 충분하기 때문에 언제든지 샤워가 가능하고, 체육관, TV 등 여가 활동에 대한 배려도 충분했습니다.


때로는 갑판에 나와 바람도 쐬고, 데릭(Derrick, 드릴링 장비를 탑재한 시추탑)에 설치된 엘리베이터를 타고 레벨 3 지역(해수면 기준 약 92m)까지 올라가 보기도 했습니다. 바람이 많이 불어 조금은 무섭기도 했지만 2년간 작은 힘이나마 보탰던 기계들을 바라보면 가슴이 뛰었답니다. 자식을 시집보내는 아비의 심정(?)이랄까요...


이렇게 비가 오는 날에도 시운전 테스트는 쉬지 않고 계속 됩니다. 쭈욱~


5일간의 테스트를 마치고, 조선소로 돌아온 1867호선은 곧바로 앵커링(Anchoring, 닻을 내린 채 물에 떠 있는 상태)에 들어갔습니다.



작은 보트로 옮겨 타면서 돌아본 드릴십의 모습에 처음 탔을 때와 마찬가지로 가슴이 뿌듯했습니다. 이제는 시운전을 통해 발견한 개선점과 추가 작업 사항들을 완벽하게 정리해야 하는 과제가 남았습니다.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 완벽한 선박 인도의 그날을 기다리며 파이팅을 외쳐봅니다. ^^




posted by 정성완 사원 (해양설계2팀)

거제조선소 곳곳을 누비며 생생한 현장 소식들을 전해주는 소통꾼. 현재 2기 사내기자로 활발히 활동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