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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소 현장의 여성 파워를 보여드릴게요! 김지선 기사

samsungshi 2014. 8. 28. 17:17

"처음부터 현장 기사가 목표였어요. 현장 기사를 시켜달라고 고집을 피웠을 정도니까요." 

남자들도 힘들다는 현장 기사를 자청하며 조선소 곳곳을 누비는 당찬 그녀, 바로 가공2부 김지선 기사입니다. 올해로 입사 3년차인 그녀는 대학시절부터 '생산 관리로 가겠다'는 확고한 신념으로 준비해왔다고 하는데요. 김지선 기사가 현장을 사랑하게 된 이유, 궁금하지 않으세요? 그 이야기 속으로 함께 들어가봅니다!  



Q1 먼저, 본인이 담당하고 있는 업무에 대해 소개해주세요. 

가공2부는 배를 건조하는 첫 단추, 생산의 시작점을 맡고 있습니다. 쉽게 말하면 기본 재료인 철판을 자르고 붙여 모형을 만들기 위한 가장 기초적인 레고 블록을 만드는 일이죠. 저는 현장 사원들과 발맞춰 공사가 성공적으로 진행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이끌어주는 일을 합니다. 이것이 바로 현장 기사의 역할이기도 하고요. 아참! '기사'라는 용어가 좀 생소하실텐데요. 영어로는 Engineer, '기술자'란 뜻이지요.

현장 기사는 자신이 맡고 있는 호선 또는 공장을 운영하는 핵심적인 인력으로, 한마디로 '멀티 플레이어'입니다. 알아야 하는 지식들도 굉장히 많죠. 프로젝트 투입 전 공사별 '공법'을 체크하고, 원활한 공정을 위해 '품질과 안전'을 관리함은 물론 '예산 관리'도 함께 진행하고 있습니다. 


Q2 현장 기사는 본인이 원해서 하게 됐나요?

그럼요! 저는 처음부터 현장 기사를 목표로 자원했습니다. 저의 이런 당돌함 때문에 면접 때 심사관 분들이 당혹스러워 하셨었죠. 아무래도 생산은 남자도 힘들어하는 곳이니까요. 그래도 현장 기사를 시켜주지 않으면 회사에 들어온 보람이 없다며 철없이 고집을 피운 덕에 이렇게 현장 기사로서 일할 수 있게 되었지요.


Q3 이 분야 일을 선택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요?

4년 전 일본에서 교환학생으로 있을 때였어요. 운 좋게도 토요타, 미츠비시 중공업, DENSO의 생산관리 담당자들의 특강을 들을 수 있는 기회가 있었습니다. 이 세 기업은 '사람 중심의 생산 방식을 채택한다'라는 자동화(自働化) 개념을 가지고 있었어요. 즉 '인간공학적으로 접근하는 생산방식이 가장 효율적이다'라는 얘기죠. 사람없이 생산이 불가하고, 기계에 의한 생산은 한계가 있다는 뜻이 담겨있습니다. 너무 멋진 말이죠? 특히 '생산없이 제조업은 존재할 수 없으며, 생산은 모든 기술의 집결체다'라는 말은 어찌나 저를 설레게 하던지요. 결국 그 설렘을 견뎌내지 못하고 '꼭 생산 관리로 가겠다'고 마음을 굳혔죠. 저를 이 자리에 있게 해준 소중한 깨달음이었습니다.


Q4 보통 현장 기사의 하루 일과는 어떻게 되나요?

현장 기사는 일과 시작이 빠른편이예요. 출근해서 안전 보호구를 갖추고, 현장에 내려가기 전 필요한 업무를 확인합니다. 현장 사원들이 출근하기 전에 미리 준비할 것들을 체크해야하기 때문이죠. 그래서 1시간 앞서 업무가 시작됩니다. 사실 생산은 다양한 변수들이 존재하기 때문에 매일매일 하는 업무가 달라요. 하지만, 주로 공정 진행 중 필요한 것들은 없는지 파악하고 문제가 발생하면 이를 해결하는 역할을 합니다. 남들보다 일찍 일과를 시작하는 대신 마무리도 빠른 편이예요. 물론 업무가 많을 땐 종종 늦을 때도 있지만요.


Q5 여자로서 기사 일을 하는 게 쉽지 않을 것 같은데, 가장 힘든 점은 무엇인가요?

여자라는 선입견 때문인지 제가 기사라는 걸 잘 모르세요. 행정 여사원으로 아는 분도 있어서 기사 대상 교육이나 활동 메일을 보낼때도 수신인에서 저만 누락되는 경우가 종종 있었어요. 그때마다 내용을 파악해서 해당 담당자에게 '가공2부 기사는 접니다'하고 메일을 보내 정정을 하곤 했죠. 이 기회를 통해 많은 분들이 '김지선 기사'를 꼭 기억해주셨으면 해요. 

물론 여자 기사라서 더 기억해주고 배려해주는 부분도 있어요. 나이가 어리다보니 함께 일하는 분들이 저를 조심스러워 하면서도 일을 진행하는데 많은 도움을 주곤 합니다. 별거 아닌 일에도 곧잘 칭찬해주고 격려해주시니 감사하죠.



Q6 지금껏 일하면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나요?

부서 배치를 받은지 몇 개월 되지 않아 처음으로 시공서(공사 수행 시 품질 기준 및 절차가 담긴 문서) 번역 일을 맡은 적이 있어요. 그냥 사전을 뒤지며 하면 된다고 생각하고 자신있게 대답한 게 화근이었죠. 분명히 영어는 영어인데, 전공 책에서 조차 본 기억이 없는 영어들만 가득했어요. 눈 앞이 팽 돌더라고요. 마감은 다가오고, 번역 일은 진행이 되질 않았죠. 그때 부서 선배님이 도와주셨어요. 신기하게도 며칠동안 끙끙 앓았던 것이 금방 해결되더라고요. 조선 전문 용어로 쓰여져 있었으니 일반 영어 사전을 뒤져도 찾을 수가 없었던거죠! 노하우를 묻는 제게 선배님은 "김 기사, 공부 좀 더 해"라고 하셨습니다. 그 일을 계기로 조선용어사전과 기본 조선 지식을 열심히 공부하게 되었답니다.


Q7 현재 하는 업무의 가장 큰 매력은 무엇인가요?

현장 기사로 일을 하다보면 다양한 분야의 일을 많이 해볼 수 있다는 점입니다. 또, 도면 위의 '컨셉'이 눈 앞의 '현실'로 재현되는 과정을 볼 수 있다는 점도 무척 매력적이죠. 그 감동은 직접 경험해본 사람만이 알거예요. 가끔 시간이 날 때마다 안벽을 찾아 호선의 진행상황을 보는데, 저희 쪽에서 만든 블록이 조립되어 배의 형상을 갖추고 있는 모습을 보면 뿌듯하고 아직까지 신기하기도 합니다.


Q8 현장 기사로 일하고자 한다면 가장 중요한 요건은 무엇인가요?

1차적으로 모든 분야에서 붙임성과 영어는 필수 요건이겠죠? 그러나 생산 기사로서 가장 필요한 것은 문제 파악 및 원인 분석 능력인 것 같습니다. 생산에서는 공정 중에도 많은 변수들이 생기기 때문에, 어떠한 문제가 발생했을 때 우왕좌왕 하지 않고 해결하는 능력과 문제를 미리 예측하여 방지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꼭 생산 기사가 아니더라도 조선과 관련한 지식도 필요하고요. 저도 기계공학과 출신이라 조선 지식이 부족해서 입사 후 조선공학개론 등을 통해 기본적인 용어와 공정 순서를 복습, 또 복습했습니다. 기초적인 지식을 스스로 습득하지 않으면 금세 잊어버리기 때문에 조선 지식은 꼭 공부하셨으면 해요.



Q9 이럴때 가장 보람을 느낀다!

어떤 업무를 수행하고 나서, "김 기사 덕분에 잘 해결됐어!"라고 얘기해주면 그간의 피로도 말끔히 사라지고, 입가에 절로 미소가 지어져요. 말없이 수고했다고 어깨를 두들겨주는 몸짓, 공장을 가로지를 때 주고받는 눈빛 인사도 왠지 더욱 친밀해진 느낌이 들어 기분이 좋답니다.


Q10 앞으로의 꿈이 있다면?

생산의 공정, 공법, 품질, 안전, 예산. 어느 하나 빠뜨리지 않고 파고 들 수 있는 진정한 의미의 멀티 플레이어가 되고 싶습니다. 그래서 다양한 자료를 찾아 열심히 공부도 하고, 모르는 건 다른 부서 사람들에게 질문하고 견학도 해가며 학습하고 있어요. 아직은 많이 부족하지만, 누군가가 '생산 전문가'라고 하면 '김 기사!'라고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이 되었으면 하는 욕심이 있습니다. 아, 물론 아직 갈 길은 짱짱하게 남았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