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릴십(Drillship)이 아니라 드림십(Dream Ship)? |
드릴십은 파도가 치는 바다 위에 떠서 심해저 시추가 가능한 특수선박입니다.
척당 선가는 평균 5~6억 달러, 사양에 따라서는 최대 10억 달러에 달하기도 하는데요. 현재까지 발주된 사상 최고가 드릴십은 삼성중공업이 2008년 5월에 스웨덴 스테나(Stena)社로부터 9억4천2백만달러에 수주한 극지용 드릴십입니다.
선가가 고가일 뿐 아니라 해저 시추에 필요한 각종 설비와 해상 위치제어에 필요한 첨단 장치가 장착되는 고부가가치선이기 때문에 사람들은 '꿈의 배'라는 의미에서 드림십(Dream Ship)이라고 부르기도 한답니다.
드릴십이 백조에 비유되는 이유 |
드릴십은 백조에 비유됩니다. 물 위에 떠 있는 백조가 겉에서 보기에는 가만히 있는 것 같지만, 물 밑에서는 끊임없이 발을 움직이는 것처럼 드릴십도 해상에서 위치를 유지하기 위해 배 밑에 장착된 360도 회전식 프로펠러를 끊임없이 움직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 사진 : 360도 회전하는 드릴십 트러스터특히, 삼성중공업이 개발한 극지용 드릴십이 작업하는 북해 지역은 파도가 16m, 바람이 초당 41m 이상으로 불기 때문에 웬만한 배로는 항해하기도 힘든 지역입니다.
이러한 해상 환경에서 중심을 잡고 제 자리를 유지하기 위해 드릴십에는 다이내믹 포지셔닝 시스템(Dynamic Positioning System)이라고 불리는 최첨단 위치제어시스템이 장착됩니다. 이 시스템은 GPS와 음파를 이용해 배의 정확한 위치를 파악하고, 센서를 통해 배에 전달되는 바람과 파도의 정보를 분석함으로써 드릴십이 해상에서 위치를 유지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첨단 시스템입니다.
바다 위의 패스파인더(Pathfinder) |
패스파인더호는 1996년 12월 화성 탐사를 위해 발사된 우주 탐사선으로, 최첨단 고기술 집약체입니다.
우주에는 우주탐사선 패스파인더호가 있다면, 바다 위에는 삼성중공업이 만든 세계 최초 심해드릴십 "딥 워터 패스파인더(DEEPWATER PATHFINDER)"가 있습니다.
험한 해상상태에서도 파도, 바람, 조류에 맞서 자기 위치를 제어하면서 수심 3km에서 해저면 아래로 10km까지 시추하여 기름을 퍼 올리는 드릴십은 우주선에 버금가는 최첨단 기술을 요하는 선박으로 우주탐사선 패스파인더에서 이름을 따와 심해저의 패스파인더란 뜻으로 "DEEPWATER PATHFINDER"라 명명하였습니다.
한국 = 드릴십 강국(强國), 삼성중공업 = 드릴십 강사(强社) |
드릴십의 초기 모델은 유럽에서 개발했지만, 오늘날 드릴십 시장은 한국 조선업계가 싹쓸이하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삼성중공업의 시장점유율은 60%로 독보적입니다. 전세계 드릴십 10척 중 6척은 삼성중공업이 건조한다는 말입니다.
이처럼 한국 조선업계가 드릴십 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이유는 탁월한 기술력 때문입니다.
드릴십은 투입되는 해역의 조건과 수행하는 작업의 내용과 범위에 따라 설계가 다양해지고, 그에 따라 고도의 건조 기술을 필요로 하는데 이를 충족할 수 있는 기술인력을 갖춘 조선소는 국내의 조선회사들 밖에 없습니다.
특히, 삼성중공업은 드릴십 시장의 발전 가능성을 남들보다 먼저 예측하고, 90년대 중반에 과감하게 드릴십 시장을 개척했는데요.
1996년 미국 듀퐁그룹의 코노코(CONOCO)사와 유전개발 전문업체인 R&B사 컨소시엄으로부터 국내 조선업계 최초로 드릴십을 수주했으며, 1998년까지 전세계에서 발주된 12척의 드릴십 중 7척을 수주하며, 설계와 건조에 필요한 기술과 경험을 축적했습니다.
1998년 이후 드릴십 발주는 7년간이나 중단 되었다가 2005년을 기점으로 엄청난 물량이 시장에 쏟아져 나왔습니다. 2000년대 중반 이후 국제 유가가 치솟으면서 그 동안 채산성이 맞지 않아 주목을 받지 못했던 해저 유전이 개발되기 시작하자, 드릴십에 대한 수요가 갑자기 늘어난 것입니다.
90년대 중반에 이미 드릴십의 설계와 건조 기술을 확보해 놓았던 삼성중공업은 이 기회를 놓치지 않았고, 2005년 이후 전세계에서 발주된 드릴십 53척 중 32척을 수주함으로써 60%라는 독보적인 시장점유율을 기록할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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