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꺼운 얼음으로 뒤 덮힌 북극해를 항해하는 배, 쇄빙선에 대해 들어보셨나요?
쇄빙선은 영어로는 'Icebreaker'라고 하며, 말 그대로 얼음을 깨면서 항해하는 선박을 말합니다.
보통 쇄빙선은 항해가 불가능한 결빙된 지역에서 다른 일반 상선의 항로를 개척해주는 역할을 합니다. 예를 들면, 북극해에서 쇄빙선이 앞서 가면서 얼음을 깨고 유조선이 그 뒤를 따라가는 방식으로 원유를 운반하는 것이죠.
그래서, 이러한 극지방에서의 원유 운송 방식을 획기적으로 개선한 새로운 선박이 등장했으니…
바로 삼성중공업이 세계 최초로 개발한 극지운항용 양방향 쇄빙유조선입니다.
쇄빙유조선은 유조선과 쇄빙선의 기능을 합친 복합 선박으로서, 전용 쇄빙선의 도움없이 얼음을 깨면서 원유를 싣고 운항할 수 있는 신개념 선박입니다.
현재 석유자원이 고갈 되고 있어, 세계 대형 오일메이저들이 극지방 유전 발굴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시점에서 꼭 필요한 선박이라 할 수 있습니다.
자 그러면, 삼성중공업이 개발한 양방향 쇄빙유조선에 대해 자세히 알아볼까요?
10년간의 연구와 2년간의 건조과정으로 탄생 |
지금까지 발견된 육상 및 연근해 유전의 원유매장량이 한계를 드러내는 상황에서, 전세계 인구가 60년간 사용할 수 있는 원유와 세계 매장량의 절반에 해당하는 막대한 양의 천연가스가 묻혀 있는 북극이 관심의 대상으로 떠오르던 90년 중반, 이때부터 삼성중공업은 극지 운항용 선박에 대한 시장조사를 시작했으며, 2000년부터는 본격적인 쇄빙유조선 개발에 착수했습니다.
그 결과 2005년 6월 쇄빙유조선의 개념설계를 완료하고, 같은 해 10월 세계 최초로 러시아로부터 3척의 쇄빙유조선을 수주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2007년 12월 러시아 에너지 장관의 이름을 따 '바실리 딘코프(VASILY DINKOV)라고 이름 붙여진 세계 최초의 양방향 쇄빙유조선이 드디어 탄생하게 됩니다.
▶ 삼성중공업이 세계 최초로 건조한 쇄빙유조선 '바실리 딘코프(VASILY DINKOV)'
삼성중공업은 쇄빙유조선 건조를 통해 '제2의 중동'으로 불릴 정도로 자원의 보고인 러시아 극지역 시장 선점을 위한 발판을 마련하는 동시에 향후 진행 될 쇄빙 상선 프로젝트 수주 전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게 된 것입니다.
극한 환경도 견디는 고급기술 갖춰 |
삼성중공업이 건조한 쇄빙유조선은 러시아 북부 북극해의 바랜드 유전과 무르만스크항구 사이 바렌츠海를 오가는 항로에 투입되었으며, 바렌츠海는 연중 210~290일간 바다가 1.5m 두께로 얼어붙으며, 얼음 위로 다시 20cm의 눈이 쌓여 일반 선박이 운항할 수 없는 극한의 해역으로 널리 알려진 곳입니다.
▶ 쇄빙유조선에 장착된 360도 회전이 가능한 특수 추진기
전진만 할 뿐 후진은 할 수 없는 일반 선박과 달리 삼성중공업이 개발한 쇄빙유조선은 결빙해역에서 얼음을 깨며 전진하다가 얼음 산맥에 막혀 고립될 경우 추진기를 180도 돌려 후진으로 다시 새로운 항로를 찾아 나아갈 수 있으며, 360도 회전이 가능한 전천 후 선박입니다.
또한, 최저 영하 45도의 극한 환경에서 1.6m 두께의 얼음을 깨며 3노트(약 시속 5.5km) 속도로 운항이 가능하며, 극지역에서 선체가 동결되어 기능이 정지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선박 내부에 히팅코일을 깔았습니다.
일반 선박은 물살을 가르며 빠르게 나가기 위해 선수부(배의 앞부분)가 뾰족하게 돌출되어 있는 반면에 쇄빙유조선의 선수부나 선미부(배의 뒷부분)의 폭은 평평하게 넓은 것이 특징인데, 이는 효율적으로 얼음을 잘 깰 수 있도록 설계된 것입니다.
쇄빙유조선은 또한 얼음에 부딪쳐도 안전하도록 선체 외벽이 일반 유조선보다 두배 이상 두꺼운 철판(최대 41mm)으로 되어 있고, 최근에는 환경보호와 안정성 강화를 위해 의무적으로 이중선체로 설계되고 있습니다.
흔히 쇄빙선이 그냥 전진만 하면 얼음이 깨진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는데, 사실 쇄빙선이 얼음을 깨는 원리는 얼음판 위에 올라타 쇄빙선의 중량을 이용해서 얼음을 깨뜨리는 것입니다.
삼성중공업의 기술력을 세계에 알리다 |
삼성중공업이 제안한 쇄빙유조선 설계도를 보고 발주처인 러시아 해운사들은 "그런 배가 과연 가능하겠냐"라며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몇 년간 공들여 개발한 삼성중공업의 기술이 빛을 보지 못하는 찰나에 원군이 등장했으니, 바로 1997~99년 삼성중공업으로부터 드릴십(원유시추설비)을 인도받은 러시아의 코노코필립스社입니다.
코노코필립스社가 친분이 있는 소브콤프로트社측에 "삼성중공업의 기술은 믿을만하다"고 귀띔해주었고, 소브콤프로트社가 이를 받아들이면서, 수주에 이르게 된 것입니다. 이렇게 일단 계약 물꼬가 터지자 러시아와 캐나다 해운사들의 관심이 부쩍 높아졌고, 발주를 추진하겠다는 움직임이 나타났습니다.
삼성중공업의 쇄빙유조선은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던 블루오션 시장을 개척했다는 면에서 큰 의미를 갖고 있으며, 끊임없는 도전정신으로 세계 조선업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성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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