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형제작이 장난감? 저희들에게는 하나의 작품이죠"
누구나 어린 시절 한번쯤은 장난감 조립을 해본 경험을 가지고 있을텐데요. 어른이 되어서도 그 추억을 되살려 취미생활로 만든 이들이 있습니다. 바로 삼성중공업 모형제작 동호회 '리틀월드'가 그 주인공입니다. 창단멤버인 서울설계센터 김원모 부장, 안세호 과장, 김기범 대리를 만나 모형제작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 왼쪽부터 김기범 대리, 김원모 부장, 안세호 과장
지난해 3명으로 활동을 시작한 리틀월드. 1년 사이에 회원 33명을 보유한 사내 인기동호회로 자리잡았습니다. 여직원들도 부쩍 관심을 보이면서 현재는 여성회원도 4명으로 늘었다고. "사실 취미 생활이라는 게 그걸 좋아하고 관심도 있어야 하잖아요. 단순히 '한번 해볼까'라는 생각으로 시작한 분들은 활동을 지속적으로 안하시더라고요. 그래서 흥미를 보이는 직원들은 훨씬 많지만, 모두 가입시켜 주지는 않습니다. 열정을 갖고 꾸준히 하려고 하는 분들을 주로 받고 있죠." 이러한 깐깐한 회원관리 덕분에 열심히 활동하는 회원들이 굉장히 많다고.
모형제작이라고 하면 플라스틱 모델, 피규어, 종이모형 등 다양한데요. 이 중 리틀월드에서 주로 만드는 모형은 바로 플라스틱 모델(plastic model). 몇 분의 1로 축소된 작은 미니어처를 만드는 것이죠. 아직 초보 회원도 많고, 비용에 대한 부담도 있기 때문에 2~4만원 정도의 kit를 사서 제작한다고 합니다.
보통 하나의 작품을 완성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kit의 디테일과 크기에 따라 다른데요. 작은 자동차의 경우 대략 25~30시간 정도가 걸립니다. "단순히 kit를 잘라서 붙이는 것이 아니라, kit를 자르고, 깎고, 다듬고, 본드로 붙이고, 도색하는 작업까지 진행해야 하죠. 상당한 시간은 물론이거니와 섬세한 손재주와 집중력이 필요합니다. 특히 저희 같은 직장인들은 매일 작업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서, 주말에 시간내서 작업을 하다보면 두세달에 하나꼴로 작품을 완성하는 것 같아요. 복잡한 kit의 경우 6개월이 넘게 걸리기도 하죠."
예전에는 주로 모형 kit가 단색으로 만들어져 있었지만, 요즘엔 kit를 만드는 기술도 발달해 다색 모형 kit도 많이 나온다고 합니다. 그러다보니 다른 색깔의 kit를 조립하는 것만으로도 색이 입혀지는 효과를 볼 수 있다고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리틀월드 회원들에게는 조립에서 도색까지 모두 해볼 것을 권합니다.
"보통 전시회에도 출품하고, 내부적으로 품평회를 열기도 하지만 동호회의 근본 취지가 도색까지 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공장에서 나온 kit를 그냥 잘라서 붙이는 게 조립이고, 여기에 색을 입히는게 도색이죠. 보통 작업시간이 30시간이 걸린다라고 하면, 이중에서 조립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5~6시간이고 나머지 시간은 모두 도색에 들이는 시간입니다. 그만큼 직접 색까지 입혀 완성해봐야 진정한 작품으로 탄생하는 성취감을 맛본다는 말입니다."
설명서에 나온 그대로 칠하기도 하지만, 본인이 만드는 제품의 실물 사진이나 도면 등의 자료를 찾아 최대한 리얼리티를 살리기 위해 노력한다고 합니다. 정성을 들인만큼 작품의 완성도가 높아지기 때문이라네요. 도색을 할 때는 모형 전용 페인트를 사용하는데요. 유럽과 미주권은 애나멜이라고 하는 휘발성 페인트를 주로 쓰고 아시아권은 건조가 빠르고, 표면이 균일하게 나오는 락카를 도료로 많이 이용합니다.
플라스틱 모델 중에 요즘 어떤 모델이 가장 인기가 많냐는 질문에는, 한결같이 '건담'이라고 얘기합니다. 초보자들이 특히 많이 하고, 아저씨들에게도 무척 인기많은 아이템이라고 하네요. 다음으로 밀리터리, 자동차, 비행기 순. 물론 건담을 만들었다고 해서 자녀들에게 장난감으로 주는 일은 없다고 합니다. 하나의 작품으로 완성된거라 오히려 절대 손도 못대게 할 정도라고요.
"한가지 아쉬운 점은 우리회사가 선박을 만드는 회사인데, 선박 모형은 레벨이 무척 높아요. 플랫폼이랑 컨테이너 모형kit는 전세계에 1개씩 밖에 없을 정도죠. 어렵다보니 만드는 사람이 많지 않아 그만큼 kit 자체가 많지가 않은거죠. 비용도 고가라서 동호회 내에서 구매해서 만들기에는 부담이 되고요."
┗ 리틀월드가 이용 중인 공방의 모습과 한창 작업에 열중하고 있는 여성회원의 모습
사실 성인들이 모형제작을 취미로 한다고 하면 초기비용이 많이 듭니다. 페인트를 사용하므로 집에 환풍기도 설치해야 하고, 각종 도구와 도료를 구입해야 하기 때문이죠. 가족들의 눈치도 만만치 않고요. 때문에 리틀월드 동호회는 작은 공방을 임대해 회원들의 작업공간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매월 회사에서 지원받는 활동비로 운영비를 충당하고 있다고. 다행히 안세호 과장과 김기범 대리가 동호회 창단 이전부터 모형제작을 계속 해온터라 따로 강사를 섭외할 필요없이 두 사람이 회원들에게 노하우를 가르쳐주고 있다고 합니다.
┗ 회원들이 만든 작품사진. 왼쪽은 스타워즈, 오른쪽 위 아래는 밀리터리와 비행기
리틀월드는 사내·외 전시회 활동에도 열심인데요. 작년 12월에는 사내 직원들을 대상으로 전시회를 열고, 올해 4월에는 일산에서 열린 '2014 모형 연합 전시회'에 참가하기도 했습니다. 덕분에 사내 임직원들의 모형 동호회에 대한 관심도 더욱 높아졌다고 합니다.
"전시회에 참여하면서 우리가 만든 작품도 소개하고, 다양한 동호회의 작품도 만날 수 있으니 좋은 기회죠. 앞으로도 기회가 되면 전시회는 꾸준히 참여할 계획입니다."
최근 리틀월드 동호회는 복지관을 방문해 아이들에게 모형제작 조립을 가르쳐주는 등 어린이들의 창의력 발달을 위한 재능기부 활동도 시작했습니다. 아이들이 즐거워하는 모습에 함께 한 직원들이 오히려 기분이 좋아질 정도라네요.
그렇다면, 이들이 생각하는 모형제작의 가장 큰 매력은 무엇일까요? 세 사람이 한결같이 말하는 것은 바로 '성취감' 입니다.
"소위말해 내가 들인 노력만큼 결과로 나타나기 때문이죠. 누가 알아주던 알아주지 않던 하나의 작품으로서 탄생하는 거니까. 단순히 장난감으로 생각하면 안되는 게, 어느 한 부분의 전문가가 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모형제작을 하면서 실제 도면을 뽑아 공부하기도 하거든요. 가능하면 실물과 비슷하게 만드려고 노력하니까요." (김원모 부장)
"저 같은 경우는 어렸을 때 하고 싶었던 것을 현재 이룰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인 것 같아요. 어린시절 추억도 떠올리게 되고요. 전시회나 재능기부 활동을 할 때도 꼭 제 아들 녀석을 데려가요. 모형제작을 통해 아이하고도 소통할 수 있죠. 가끔 주변 사람들에게 선물로 주기도 해요." (안세호 과장)
"저는 주로 차를 만드는데, 평소에 운전을 하다가도 옆에 트럭이 보이면 디테일을 자세히 봅니다. '원래 저런 색이였나?'하고 이것저것 연구를 많이 하게 돼요." (김기범 대리)
세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참 매력적인 취미생활이라는 생각이 들죠? ^^
여기까지 모형제작 동호회 '리틀월드'와의 인터뷰를 마쳤는데요. 삼성중공업의 입사를 꿈꾸는 분들이라면, 어린시절 추억도 떠올리고 성취감을 맛볼 수 있는 '리틀월드' 동호회의 문을 두드려보세요. 앞으로 어떤 새로운 작품들이 탄생하게 될 지 무척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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