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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중공업의 역사, 몸으로 직접 체험했죠" - 김기탁 기성

samsungshi 2014. 12. 4. 09:31

"천지가 개벽하게 만든 원동력이 궁금합니까? 온몸을 던져 묵묵히 힘든 작업을 견뎌낸 '사람'이 있어서 가능했지요."

1도크도 완성이 되지 않았던 1979년 겨울, 황량한 거제조선소로 부푼 꿈을 안고 찾아왔던 삼성중공업 김기탁 기성은 36년이 지난 지금까지 삼성중공업의 역사와 함께하고 있습니다. 더 나은 품질을 위해 매순간 고민하고 시도한다는 김기탁 기성의 이야기를 통해 삼성중공업의 지난 날을 되돌아봤습니다.
 김기탁 기성
김기탁 기성은 1979년 2월부터 거제조선소와 인연을 맺었습니다. 대구가 고향인 김 기성은 고등학교 재학시절 배관 전공을 하며 중동의 건설 현장으로 가서 일하겠다는 꿈을 가졌던 청년이었습니다. 그런 그가 삼성그룹 공채 시험을 합격하고 큰 꿈을 품고 온 거제조선소는 그야말로 허허벌판이었습니다.

"그때랑 지금을 비교하면 그야말로 천지가 개벽한 수준이죠. 여기저기 갯벌을 메우면서 조선소 터를 닦고 있었고, 1도크도 짓고 있던 때였으니까요. 지금 제가 근무하는 사무실 위치가 당시엔 바다였습니다. 1도크 쪽에 있는 죽도에는 동백나무도 많았고, 바닷가쪽에는 숭어나 가리비, 고등어들이 많던 때였어요. 처음 조선소에 왔을 때가 겨울이었는데, 버스에 내려서 본 황량했던 모습과 추운날 작업자들이 입고 있던 노란색의 작업복은 우중충하게 느껴졌어요."

김 기성의 첫 임무는 배관 제작이었습니다. 당시 대부분의 직원들이 의장공장에서 근무를 했었는데, 정식으로 선박수주를 하기 전까지 사원 아파트의 물탱크를 비롯해 조선소 일대에 필요한 많은 것들을 만들어 냈다고. 그렇게 모든 직원들이 온 몸을 던져 자재를 나르고 힘든 작업을 참고 견뎌온 것이 지금의 대형조선소로 발전하게 된 기틀이 됐습니다.

더 나은 품질을 위해 고민하고 시도하다

김 기성은 배관제작, 산처리공장(의장품의 녹슨 부분을 제거하던 공장), 물류 등의 업무를 거쳐 도장 업무를 오랜 기간 해왔습니다. 그는 주로 기관실, 엔진룸 등의 도장 작업을 담당해왔는데요. '더 나은 작업 환경에서 더 좋은 도장 품질이 나온다'라는 확고한 생각이 있었기에 개선방안에 대한 많은 고민을 했다고 합니다. 그 결과 2007년에는 시운전과 인도 시기 사이에 효율적인 공정 진행을 위해 시운전 이전에 엔진룸의 도장 작업을 완전히 마무리하는 방법을 생각해냈습니다.

그동안 빼곡히 메모해온 수첩에는 그가 더 나은 품질을 위해 고민하고 시도한 흔적이 엿보입니다
┗ 그동안 빼곡히 메모해온 수첩에는 그가 더 나은 품질을 위해 고민한 흔적이 남아있습니다

그 전까지는 엔진룸 내부에 설치된 족장만 일부 제거하고, 도장작업은 완전히 되지 않은 상태에서 시운전이 진행됐습니다. 시운전을 진행하면서 여러 부수적인 작업이 추가로 이뤄지는 중에 도장 품질이 나빠질 수 있기 때문에, 시운전 완료 후 도장작업을 마무리하는 시스템이었죠. 김 기성은 생각을 달리해 도장작업을 미리 완료하고 시운전을 보내는 방법을 시도하고자 했습니다. 일부 동료들은 '시운전 후에 다시 작업을 해야하는 것이 뻔한데 굳이 이렇게 해야하냐'며 말리는 분위기였다고 합니다. 하지만 지저분해질 우려가 있는 요소에는 내부의 색깔과 동일한 PVC 천막 등으로 막아놓으면 문제 없을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습니다. 시도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습니다. 선주 입장에서는 깔끔하고 쾌적한 상태에서 시운전을 감독할 수 있어 좋고, 도장작업을 하는 입장에서는 이미 도장 작업이 완료된 상태라, 시운전 이후 추가작업 소요가 줄어 공정기간을 줄일 수 있었습니다.


세대 간의 적절한 조화가 필요하다

삼성중공업이 40주년을 맞은 지금, 그간 36년의 역사를 함께해온 김 기성은 "구멍가게를 하다가 대형 할인마트를 오픈한 것 같은 기분을 느낀다"고 심정을 전했습니다. 삼성중공업이 차근차근 '국내 제일이 되자', '일본을 잡자', '세계 최고가 되자' 등의 목표 의식을 가지면서 성장을 일궈낸 것에 대해 그 일원으로서 뿌듯함을 가진다고요. 특히 최대 규모의 3도크가 완공되던 당시를 최고의 순간으로 여겼습니다. 3도크 완성을 통해 남들이 할 수 없다고 선을 그어놓았던 것에 도전하고 성공하며 폭발적인 발전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김기탁 기성

김 기성은 삼성중공업이 성장을 이뤄낼 수 있었던 원동력으로 일에 대한 동료들의 열정을 꼽았습니다. 일에 대한 열정이 매우 커서 어려움을 이겨내고자 하는 일념 하나로 회사 발전에 몰두했습니다. 하지만 김 기성이 생각하는 요즘 젊은 직원들의 일에 대한 열정은 이전과는 차이가 있다고 합니다. 물론 시대가 바뀌었다고는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개인을 먼저 생각하고 또, 여러가지 선택지를 가지고 우선순위를 두기 때문입니다. 세대 간의 열정과 생각의 차이가 있지만, 김 기성은 각 세대의 장점이 있기에 이들이 적절한 조화를 이루면 큰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말합니다.

"이러한 세대 간의 차이가 내부적인 어려움을 불러일으키는 요인이 됩니다. 어느 조직이든 경험이 많은 노련한 구성원과 패기와 능력이 가득한 젊은 구성원들이 한 데 모여 적절한 조화를 이뤄야 발전해나갈 수 있습니다."

지금의 위기 상황을 극복하고 더 큰 성장을 이루기 위해서 김 기성은 모든 임직원들이 본인의 역할을 충실히 다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오늘을 있게 한 것은 결국 '사람'입니다. 한두 명의 특별한 사람이 아닌, 대부분의 평범한 사람들이 자기 일을 묵묵히 해왔던 덕분이죠. 내가 맡은 일에 충실하고, 그 이상으로 내 능력을 보태서 동료와 함께 노력한다면 지금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내가 맡은 일을 남에게 덜어내는 자세는 좋지 않습니다. 개인이든, 부서든 이기적인 자세를 갖고 남에게 떠넘기는 것은 안 된다는 것이죠. 지금껏 우리 임직원들은 숱한 어려움을 이겨냈기 때문에 이를 극복할 저력을 갖고 있습니다. 나의 역할을 보태려는 자세를 갖춘다면 지금보다 더욱 발전하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