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무탐방] 조선소의 QM은 무슨 일을 하나요?

최고의 선박을 건조하기 위해서는 전공정에 걸쳐 품질관리가 무척 중요한데요. 선체의 품질관리는 각 공정별로 선체구조물이 설계 기준이나 선급 규정 및 사양서에 준하여 제작되는지를 검사하고 보증하는 일입니다. 이번주는 삼성중공업 품질경영팀에 근무하는 심상하 대리를 만나 QM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 품질경영팀(품질기획) 심상하 대리

Q1. 먼저 현재 하고 있는 업무와 QM이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는지 소개해주세요.

반갑습니다. 품질경영팀 심상하 대리입니다. 지난 2006년 2월에 입사해 3년 여간 품질검사 업무를 담당했고, 현재는 품질기획에서 품질 전반에 걸친 기획업무를 맡고 있습니다.

QM(Quality Management, 품질경영)은 품질관리의 최종적인 관리 기법입니다. [참고 : QC(Quality Control, 품질관리)→QA(Quality Assurance, 품질보증)→QM(Quality Management, 품질경영)] QM팀의 주요 업무는 회사의 품질경영 시스템을 유지·관리하고, 전사 품질 전략 수립, 그리고 프로젝트별 철저한 계약 품질 이행관리를 통한 건조 중 품질에 대한 제반 업무입니다. 

건조 중 수행되는 품질업무를 더 쉽게 설명해 드려볼게요. 우선 조선·해양설비회사의 특성은 양산업이 아닌 수주업입니다. 휴대전화 및 자동차 제조와 같은 양산업은 특정고객이 결정되지 않은 상태로 제품을 만든 후 고객에게 판매하지만, 수주업은 고객으로부터 원하는 제품을 주문받아 제조하여 고객에게 인계하는 방식이죠. 그 때문에 조선·해양설비회사에는 고객들이 상주하면서 자신들이 주문한 제품이 제조 단계별로 잘 만들어지고 있는지 확인합니다. 이러한 확인단계를 '공정검사'라 하며, QM은 고객과 함께 공정검사 업무를 책임지고 수행합니다. 또한, QM검사원의 중요업무 중 하나는 일련의 공정검사과정에서 발생하는 품질 문제와 고객 요구에 대해 기술적 대안을 제시하여 품질문제를 해결하는 것인데요. 품질문제 및 불량을 예방하기 위해 관련 부서(설계/생산/연구소 등)와 함께 작업 방법/절차/시스템/환경을 개선/혁신하는 업무를 수행합니다.

Q2. QM의 일과는 보통 어떻게 되나요?

QM은 아침에 출근하면 전날 스케줄링했던 검사항목을 확인한 뒤, 고객을 찾아가 30분에서 1시간 정도 당일의 검사항목을 브리핑해주고 고객과 검사항목을 조율합니다. 검사업무는 보통 8시 30분에서 9시에 시작됩니다. 검사업무는 주로 조선소 야드에서 이뤄지는데요. 검사항목에 따라 선체 블록(철판에 용접하여 만든 구조물로 여러 블록이 모여 선박의 형태를 갖추게 됨)의 용접과 도장(페인트)상태가 품질 기준에 맞는지 확인하고, 선박에 설치되는 각종 파이프, 장비(엔진, 발전기 등)의 설치상태도 검사합니다. 규격/표준에 맞는 경우는 다음 단계 검사를 진행하지만, 불량이 날 경우에는 생산팀에서 재작업 후에 재검사를 해 다음 단계 검사로 넘어가게 됩니다.
 
보통 오후 4시 정도에 공정검사 업무가 종료되면 사무실로 돌아와서 그날 실시한 검사항목을 정리하는데요. 이때 시스템에 검사 결과를 입력하고, 고객이 발행한 품질 불만족 사항을 확인해 생산에 수정요청 피드백을 해주고 이에 대한 개선점을 모색합니다. 그리고 다음날 실시할 검사항목을 스케줄링하여 검사진행에 차질이 없도록 준비합니다.



Q3. 일하면서 보람을 느낄 때는 언제인가요?

업무를 하다보면 상사의 칭찬에 기분이 좋고 보람이 있지만,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한 고객에게서 감사편지를 받을 때면 정말 뿌듯합니다. 프로젝트 진행 중이거나 완료된 후에 세계 오일 메이저 사의 삼성중공업 야드 책임자가 QM 팀장에게 "OOO QM의 투철한 품질책임감과 열정이 있어 우리 프로젝트가 성공적으로 완료되었다. 향후 프로젝트에도 꼭 OOO QM을 우리 프로젝트에 배정해달라"는 감사편지를 전할때면 정말 "내가 한국에서 최고가 아닌 세계 최고 조선소의 품질 엔지니어가 되었구나...."라는 자부심도 함께 느낍니다.


Q4. QM으로 일하려면 자격 요건이 있나요?

특별히 '이 자격 이하는 안 된다'는 제한은 없습니다. QM에 부서배치를 받는 신입사원들의 전공만 살펴봐도 조선공학, 기계공학, 전기·전자공학, 화학 등 무척 다양하거든요. 다만 어학은 굉장히 중요합니다. 대부분의 고객들이 외국인이므로 영어를 잘한다면 정말 좋겠죠? QM의 업무 특성상 많은 고객 및 관련 부서 사람들과 함께 업무를 진행해야 하고, 주도적으로 이끌어가야 하는 경우도 많아 성격은 쾌활하고 적극적인 분들이 잘 어울립니다.

└ 조선시추QM그룹 송정빈 대리

Q5. QM들이 입는 검사복에 대해 궁금해하는 분들이 많은데요. 상의와 하의가 이어져 있는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혹시 검사복과 관련한 에피소드가 있는지요?

QM은 야드에서 검사업무를 진행할 때 모든 안전장비를 갖춰야만 하죠. 검사복은 보통 원피스로 되어 있는데요. 요즘은 투피스도 있다고 합니다. 원피스여야만 하는 특별한 이유는 없으나, 검사업무를 하려면 선박의 구석구석을 다녀야 하므로 이물질(쇳가루 등)이 옷 안에 들어가면 많이 따갑겠죠? 삼성의 검사복이 주황색인 이유는 어디서라도 쉽게 눈에 띄어 고객들이 바로 찾을 수 있게 하기 위함입니다. 어딜 가나 눈에 바로 띄는 주황색 검사복 덕분에 야드에서는 행동 하나하나 조심해서 다녀야 하는 모범사원이 될 수밖에 없답니다.


Q6. 품질과 관련한 국제자격증이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QM 검사원들이 취득한 국제 자격의 종류는 크게 5가지로 나뉩니다. 품질경영인증심사원(IRCA), 용접검사원(CWI, EN473), 도장검사원(FROSIO, NACE), 비파괴검사원(NDT Level Ⅲ), 방폭(전기/전자 케이블 결선(CompEX)) 검사원 자격인데요. 현재 품질경영팀은 2015년 7월 기준으로 총 276개의 자격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 품질경영팀의 복도를 가득 메운 국제자격증 보유 직원들의 사진

품질경영인증심사원인 IRCA는 세계 최초의 경영시스템 심사원 등록기관으로서 최대의 규모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전 세계 85개국에 만명이 넘는 심사원이 활동중이죠. 이들은 ISO9000 규격에 기반을 두고 품질경영 시스템의 실행 및 개선을 위해 조직을 지원하는 전문 컨설턴트입니다. 각 회사의 품질경영에 핵심 인재라 할 수 있습니다.

조선업에서 용접은 빼놓을 수 없는 핵심 기술인데요. CWI는 바로 미국 용접협회 자격을 부여하는 국제인증 용접검사자격으로, 현장의 용접 검사 및 관리는 물론 용접절차서의 검증을 비롯한 전반적인 용접 품질관리에 주도적으로 참여하여 문제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EN473은 용접검사자격이라기 보다는 유럽의 비파괴검사에 관련된 유럽표준코드입니다. CWI검사원으로도 충분히 인정되고 있으나, 일부 유럽 선주사들의 경우 이 자격증 소지자의 검사를 요구하는 경우도 있죠.

도장검사 자격인 FROSIO는 노르웨이의 표면처리 검사자 교육 및 자격 인증위원회를 말하는데요. 유럽의 조선, 교량, 철도, 항만 건설의 도장감리에서 필수적으로 요구되고 있는 자격으로, 조선분야에서는 국제적으로 상당히 인정된 대표적인 도장검사 자격입니다. NACE는 FROSIO와 함께 국제적으로 인정되는 국제도장검사자격으로서, 미국부식엔지니어링협회에서 주관하여 국제자격이 부여됩니다. 

비파괴검사 또한 조선소에서는 빼놓을 수 없는 아주 중요한 기술인데요. 용접부가 튼튼하게 잘 용접이 되었는지 검사하려면 용접부 표면과 내부를 모두 검사해야 합니다. 때문에 조선소에서 주로 사용하는 비파괴 검사는 육안 검사, 방사선 투과검사, 초음파 검사, 침투 검사, 누설 검사가 있습니다. NDT Level Ⅲ는 세계 50개국 이상에서 자격을 취득하고 인정하는 비파괴검사 대표 자격증입니다. '방폭'은 폭발을 방지한다는 뜻으로, 석유나 가스를 다루는 업종에서 꼭 필요한 구조인데요. CompEX시험은 방폭장비 설치 검사능력에 대한 검증을 위해 유럽 ATEX(유럽방폭규정)이 인증하는 자격제도입니다.



Q7. 앞으로 QM으로 일하고 싶어하는 후배들에게 한마디

QM 업무의 매력은 진정한 글로벌 전문가가 될 수 있는 분야라는 것인데요. 다양한 국적과 폭넓은 경험을 가진 고객들을 상대하며 국제적 감각과 경험을 쌓을 수 있고, 기술적으로는 국제자격을 취득하여 어느 나라에서도 인정받을 수 있는 실력을 갖출 수 있다는 것입니다. 고객의 80% 이상이 외국인이다 보니 매일 만나서 서로 이야기를 하다 보면 영어 실력은 자동으로 늘어 날 수밖에 없고요. 해외 기자재 업체의 현지 검사가 많다 보니 해외 출장의 기회도 많습니다. 선박공정에 있어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일인 만큼 보람도 있으니 관심있는 분들은 도전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