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I 이야기/- SHI 사람들

삼성중공업의 주례왕, 김효섭 상무

samsungshi 2011. 5. 30. 17:15

5월 한 달을 '이 것' 때문에 매우 바쁘게 보낸 사람이 '거제조선소'에 있습니다.

조선소니까... 새로운 선박 수주 때문이냐고요? 아..아니고요. ^^; 
사랑의 결실을 맺으려는 직원들의 '주례'를 서야 했기 때문이랍니다. 

매년 5월이 되면 수 많은 커플들의 주례를 서기 위해 주말마다 전국 방방곡곡을 돌아다녀야 할 만큼 바쁘게 보냈다고 하는 이 사람. 바로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 의장1팀장 김효섭 상무입니다.

김 상무는 지금까지 50번이 넘는 주례를 맡아 왔는데요. 그러다보니 이제는 '삼성중공업의 주례왕'으로 통합니다.
조선소와 주례사, 어딘지 모르게 안 어울린다고요? ^^ 그럼 그의 이야기를 한번 들어보실래요?


김 상무가 처음 주례를 맡기 시작한 건 2006년. 비록 주례사는 짧게 끝났지만 너무나 긴장한 탓에 어떻게 지나갔는지도 모를 정도였다고 해요.

"신랑이 저랑 한 살 차이였는데 지금도 행복하게 잘 살고 있습니다. 가끔 두 사람이 동행하는 모습을 보면 정말 뿌듯합니다."

김 상무는 직원들의 주례를 맡으면 신랑, 신부에 대해 사전에 철저한 학습(?)을 합니다.
주례를 해 줄 신랑 신부를 초청해서 함께 식사를 하며 둘의 자랑거리와 연애담을 들어보고, 또 이를 메모해 두었다가 하객들에게 들려줘 엄숙한 결혼식 분위기를 웃음짓게 만들기도 한다구요.^^

"무엇보다 주례 도중 실수하지 않기 위해 양가의 혼주와 관련된 가족 관계를 우선적으로 파악합니다. 그리고, 양가의 문화차이도 들어보죠."

결혼식날 신랑 신부는 주례를 보게 하지 않고 서로 마주보게 한다고 합니다. 예쁜 모습 오래도록 기억해두라고요. 모두들 이렇게 하는 것이 너무 좋다고 한다네요.

지금 껏 주례를 다니면서 기억에 나는 결혼식이 몇 번 있었다고 하는데요, 작년 5월에 있었던 대구 결혼식은 지금 생각해도 아찔하다고 합니다.  자가용을 운전하며 네비게이션을 따라 갔는데, 고속도로 공사 때문에 시내 진입로가 꽉 막혀 버린것!

"차는 움직이지 않죠... 예식시간은 다 되어가죠... 결국 차에서 내려 몇 백미터를 뛰었어요. 그런데도 15분이나 늦게 도착했죠. 다행히 다음 예식이 없어 30분이나 예식이 미뤄졌는데, 얼마나 미안하던지요…"
 
종종 터지는 사회자들의 실수를 덮어 주는 것도 주례 전문가 김 상무의 역할입니다.

결혼식 사회가 처음이었던 한 친구의 경우 너무 긴장한 나머지 '신랑신부 맞절' 뒤에 혼인서약, 성혼선언문 낭독 등을 죄다 빼먹고 "주례사가 있겠습니다"고 해 버린 것이죠.

김 상무는 그 순간 기지를 발휘해 "사회자는 신랑 신부가 빨리 식을 마치고 신혼여행을 떠날 수 있도록 배려한 것 같은데요. 주례 입장에서 혼인서약은 받고 보내겠습니다" 며 사회자의 실수를 커버해 주었다고 합니다. 물론, 하객들도 웃음꽃이 폈구요.^^


주례사를 위해 특별히 준비하는 것이 있냐고 물었더니,
 
"조선소에서 근무하다보면 양복 입을 일이 별로 없어요. 그런데, 아내가 주례를 자주 서는 저를 위해 양복도 2~3벌 해주고, 구두도 사주고, 주례 당일에는 머리 손질도 해줍니다. 잘하라는 격려의 한마디도 잊지 않죠. 허허"

"주례는 실력보다는 정성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결혼하는 부부가 정말 행복하게 잘 살기를 바라는 마음이 중요하지요. 그래서, 제가 이 두 사람의 부모라는 간절한 마음을 담습니다."

앞으로도 김 상무는 함께 근무하는 사원들이 주례를 부탁하면 시간이 허락하는 한 계속 해주고 싶다고 합니다.

"결혼해서 받으려고 기대하지 말고, 내가 받고 싶은 것 이상으로 잘 해 줘야 합니다. 주지 않고 받으려고만 하다보면 서운한 마음이 들고 그러다보면 싸움으로 번지게 되지요. '조금 손해보고 살자'라는 마음으로 살면 마음이 상당히 편해질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