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번 국도를 타고 통영에서 거제대교를 건너오면 짭조름한 냄새가 훅 끼쳐옵니다. 눈앞은 온통 탁 트인 바다입니다. 길가에 심긴 종려나무와 하얀 요트의 이국적인 모습에 마음을 뺏길 즈음, 저 멀리 거제조선소가 보입니다. 거제조선소는 방문자로 하여금 비로소 거제에 들어왔음을 실감나게 합니다. 낮에는 거대한 골리앗 크레인으로, 밤에는 선박의 불빛으로 말이죠.^^
거제조선소를 둘러보면 규모에 놀라게 됩니다. 비단 330만㎡의 부지 때문만은 아닙니다.
조선소의 상징인 골리앗 크레인과 수십개의 바퀴가 달린 트랜스포터와 같은 초대형 중장비들이 쉼 없이 움직이고 있기 때문이죠.
3000Ton급의 해상크레인은 아파트만한 블록을 들었다 놨다 하고, 심지어 건설현장에서 볼 수 있는 지게차도 중공업의 것은 훨씬 큽니다. 마치 SF영화를 보는 기분이 들 정도입니다. 이들이 옮겨내는 구조물은 '집채만하다'는 말을 무색하게 만듭니다.
하늘과 파란 바다, 녹색의 플로팅도크, 그리고 각종 중장비들은 의외로 잘 어우러집니다.
조선소에서는 눈 가는 곳마다 Tanker, LNG선, 컨테이너선, 고부가가치선 등 다양한 선종과 해양구조물을 볼 수 있습니다. 7개의 도크만으로 어떻게 저 많은 선박을 동시에 만들어낼 수 있는가 싶기도 하지만, 그것은 메가블록공법이라는 건조방식으로 선박을 제작하기 때문입니다.
블록은 배를 만드는 데 필요한 레고조각과 같다고 불 수 있는데, 이러한 각각의 블록을 초대형화(메가블록) 시켜 제작한 후 이것을 용접으로 이어 붙여 한 척의 배가 완성되는 것입니다.
글로벌 하면서도 참 정교하지요?
거제조선소는 최고의 도크 회전율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도크는 완성된 배를 띄울 수 있게 해주는 일종의 웅덩이로, 배가 완성되면 이 안에 물을 채워 배를 띄운 다음 문을 열어 배를 바다 밖으로 빼내는 것입니다.
배를 만드는 일은 종합과학의 결정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 척의 배를 인도하기 위해 몇 년에 걸친 공사기간 동안 조선공학에서부터 해양학, 화학, 재료학, 전기, 건축, 토목 등과 함께 위성까지 동원되며, 이러한 생산, 기술 분야 외에도 경영, 구매, 품질, 계약관리 등 각 분야의 담당자가 자신의 역할을 해 내고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인도되어 바다로 나가는 한 척의 배에는 수많은 사람들의 노력과 첨단기술이 배어 있습니다.
거제조선소의 일과는 이른 아침부터 시작합니다.
해가 지면 건조중인 선박과 크레인에는 하나 둘 불이 들어옵니다. 밤 늦게 불 켜진 드릴쉽은 유명 관광지의 야경만큼 아름답습니다. 말 그대로 조선소에는 어둠이 찾아오지 않는답니다.
조선소 사람들은 비가 오면 자다가도 일어나 공정을 걱정하고, 태풍 소식이 들리면 건조 중인 배에 무슨 일이 생기진 않을까 노심초사 한다고 합니다.
이러한 임직원의 배에 대한 열정이 바로 조선강국의 비결이 아닌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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