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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직원들, "제 한국어 실력 이젠 최고예요!"

samsungshi 2013. 12. 20. 19:41

<제2회 외국인 직원 한국어 말하기 대회>가 12월 19일 거제조선소 문화관 대강당에서 열렸습니다. 이번 대회에는 일본과 인도네시아, 우즈베키스탄, 인도, 프랑스에서 온 외국인 직원 7명이 참가했는데요. 치열한 예선을 거쳐 본선에 나섰던만큼 저마다의 대회에 임하는 모습은 사뭇 진지해 보였습니다.

그럼 관객을 웃기고 울렸던 그들의 이야기 속으로 떠나보실까요? ^^

외국인 한국어 말하기 대회 참가자들과 함께

이번 대회의 발표 주제는 '회사에서 느낀 감사와 행복'이었습니다.
언어의 장벽에 가로막혀 서로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제대로 전하지 못했던 이들이 대회를 준비하면서 서로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갖기 위해서였는데요.

참가자들의 한국 체류기간은 짧게는 수 개월부터 길게는 10년까지 제각각이었지만, 한국에 온 지 불과 6개월 밖에 되지 않은 참가자들도 능숙한 한국어 실력으로 관객들을 놀라게 했습니다.


쯔카모토 부장(좌)과 사티벨루 과장(우)
▲ 쯔카모토 부장(좌)과 사티벨루 과장(우)

가장 먼저 무대 위에 오른 사람은 의장설계2팀의 쯔카모토 부장(일본). 첫번째 참가자였기 때문일까요? 처음에는 조금 긴장한 얼굴이었는데요. 이윽고 부담감을 떨쳐내고, 숙소 담당 직원과의 미담을 담담하게 전했습니다.

"몇 년 전 아파트 배관에 문제가 생겼을 때, 숙소 담당 직원이 '이 문제는 제가 해결할 테니 부장님은 업무에만 전념하시라'고 말했습니다. 아직도 고마운 말 한마디가 귀에 생생합니다!"

이어진 협력회사 보승ENG 에디 사원(인도네시아)의 발표에서도 주변 사람들에 대한 감사의 마음이 듬뿍 담겼는데요. 에디 사원은 그를 응원하기 위해 모인 동료 한사람 한사람을 지목하며 감사 인사를 건넸습니다. 가슴에 손을 얹고 한명씩 가벼운 목례를 나누는 모습이 인상 깊었죠.

소명기업 씨라지딘 사원(우즈베키스탄)은 총 6년 간의 거제조선소 생활을 마치고 고향으로 돌아갔다가 2012년, 다시 거제조선소를 찾았습니다. 그의 발걸음을 이끈 힘은 한국인 동료였는데요. 함께 일할 때 친형처럼 따르던 동료 한 명이 그의 결혼식에 참석하기 위해 우즈베키스탄까지 날아왔던 것이죠.

"같은 나라에 있어도 멀어서 오지 못하는 친구가 있었는데 한국에서 휴가까지 내서 제 결혼식에 오신 걸 보고 정말 감동했습니다.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었습니다."

응원하는 직원들

한편, 기장설계1팀 만주나스 대리(인도)의 사연은 '비극 속에 빛난 사랑과 감사의 마음'이란 주제처럼 한때 좌중을 엄숙하게 했는데요. 지난 여름 인도에서 휴가를 보내던 그는 교통사고로 아버지를 여의고, 어머니도 세 번의 대수술을 받아야만 했습니다. 예상치 못했던 시련에 도움의 손길을 내민 건 바로 삼성중공업 동료들.

"많은 분들께서 애도와 위로를 보내주셨고, 성금도 모아 주셨습니다. 저희 가족에게 닥친 힘든 상황을 극복하는데 굉장히 큰 힘이 되었고 정말 간절하고 깊은 감사를 전하고 싶습니다."

군데군데 말을 잇지 못하고 고개를 숙이던 모습을 보던 관객들은 모두 숨을 죽였는데요. 그가 퇴장할 때는 그 누구보다도 뜨거운 응원의 박수가 쏟아졌습니다.

발표중인 위고 사원

MTC International의 위고 사원(프랑스)은 훤칠한 외모에 서글서글한 눈웃음이 매력적이었습니다. 위고 사원은 한국어 회의에도 무리 없이 참석할만큼 빼어난 한국어 실력을 자랑했는데요. 한국인에게도 쉽지 않은 <중용(中庸)>의 문구를 인용하여 앞으로의 각오를 밝혔습니다.

"널리 배우고, 자세히 묻고, 조심스럽게 생각하고, 분명하게 판별하고, 독실하게 행하라는 <중용(中庸)>의 말씀을 깊이 새겨 삼성중공업의 자랑스러운 일꾼이 되겠습니다."

프로세스설계팀 사티벨루 과장(인도) 역시 한국어말하기 시험 2등급 취득자답게 유창한 발음을 선보였습니다. '우리가 가진 모든 것에 감사'라는 주제로 발표는 그를 응원하는 동료와 가족들의 얼굴에 미소를 가득 선물했습니다.

마지막으로 등장한 세진기업 오이벡 반장(우즈베키스탄)은 조선소에서 보기 힘든 외국인 현장 관리자였습니다.  오이벡 반장 역시 고향으로 돌아갔다가, 따뜻한 현장 분위기가 그리워 삼성중공업을 다시 찾은 직원이었는데요. 한국에서 모은 돈으로 고향에 '방 15개 짜리 집'을 장만했다는 그의 이야기에 많은 이들이 탄성을 질렀습니다.

최우수상을 수상한 위고 사원
▲ 최우수상을 수상한 위고 사원


발표 내용, 언어 구사 능력과 관객 호응도를 감안한 심사 결과, 대회 최우수상의 영예는 발표 내내 '살인미소'를 뽐냈던 위고 사원에게 돌아갔습니다. 오이벡 반장과 에디 사원은 우수상을, 쯔카모토 부장, 사티벨루 과장, 만주나스 대리, 씨라지딘 사원 등 4명의 참가자들은 장려상을 각각 수상했죠.

평소 '한국 사람보다 더 한국 사람같다'는 평을 듣는다는 위고 사원은 언젠가 서울 토박이인 한국인 아내에게 경상남도 방언을 가르쳐 줄 날이 왔으면 좋겠다는 희망을 밝히며 활짝 웃었습니다.

삼성중공업은 20여 개국에서 온 외국인 직원들의 적응을 돕기 위해 멘토링 제도와 한국어 교육을 꾸준히 운영하고 있는데요. 특히 이번 대회에선 많은 참가자들이 저마다의 한국어 선생님 이름만큼은 똑똑히, 한국인처럼 자연스럽게 발음하며 감사를 표하며 끈끈한 사제 관계를 내비치기도 했습니다.

'외국인 직원 1,000명 시대'를 맞이한 거제조선소, 앞으로도 국적의 장벽을 넘어 아름다운 소통이 계속 되길 기대해 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