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조선소에는 명장들만의 모임이 있습니다. 이른바 ‘명장위원회’지요. 위원회를 책임지고 있는 전장설계2팀 송창섭 명장은 우리나라 최초의 선박전기분야 품질명장입니다. 오늘은 평생을 전장(電裝)에 바친 온 송 명장의 이야기를 들려드릴까 합니다. ^^
송창섭 명장이 입사한 해인 1984년, 세계 조선업 경기는 전무후무한 불황을 겪었습니다. 삼성중공업도 경영을 정상화하기 위한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했죠. 천 명이 넘는 동료들이 정든 일터를 떠나기도 했습니다.
"지금처럼 내 집 마련이나 자식 공부 걱정은 사치스런 생각일 뿐이었습니다. 당장 내가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를 고민해야 했어요. 모두가 악을 쓰고 살았습니다."
'매일 일할 생각만 한다', '취미가 일이다' 등 송 명장을 향한 주위 평가는 차가웠지만 그는 아랑곳하지 않았습니다. 그런 그에게 역전의 계기가 소리없이 찾아왔습니다.
1989년 2월, 삼성중공업은 독일 하팍로이드사가 발주한 4,400TEU급 컨테이너선 5척을 수주한 것이죠. 척당 8천만 달러, 총 4억 달러에 이르는 훌륭한 수주 조건이었습니다. 하지만 완벽한 인도에 대한 확신은 누구에게도 없었습니다. 작업 하나하나에 어려움이 끊이질 않았습니다.
전장 작업에서 가장 큰 고민은 냉동 컨테이너였습니다. 온도 유지를 위한 케이블이 엄청나게 들어가야 했지만 확보된 공간은 기존의 어떤 선박보다도 작았지요. 기술적인 문제를 넘어 끊임없이 투입되는 작업시수도 문제였습니다.
작업자가 2, 3m 마다 늘어 앉아 케이블을 당겨야 했기 때문입니다. 한 선박에 들어가는 케이블은 아무리 짧아도 15만km. 보통 35만km를 상회합니다. 그만큼 케이블을 사람의 손으로 깔아 나가는 작업은 고될 수 밖에 없었지요. ㅠㅠ
작업자들만의 독특한 구령도 있었습니다. “노~ 가! 노~ 가!”라고…. ‘힘쓸 노(勞)’에 ‘더할 가(加)’를 합한 말이었습니다.
송 명장은 현장에서 끊임없이 고민했습니다. 좀 더 나은 방법을 찾기 위해 수년 간 고민한 그는 ‘통로 전선 견인법(Passage way cable pulling method)’이라는 획기적인 신공법을 만들게 됩니다. 일일이 손으로 케이블을 끌어당기는 대신 전기모터를 활용해서 자동화시킨 것이죠. 이러한 공법은 기존 20명이 투입될 작업을 5명만으로도 가능케 했습니다. 이러한 노력에 힘입어 1991년 2월, 드디어 그 첫번째 결실인 하팍로이드사의 1호선 ‘하노버 익스프레스(HANNOVER EXPRESS)’가 뱃고동을 울렸습니다.
사내 치공구 경진대회 우수상, 그룹 중공업 분야 발표 최우수, 사내기능 MVP 은장, 전국 제안대회 최우수상, 사내 공적포장 은장…. 굵직한 경력들만 모아도 송창섭 명장의 삶은 빼곡합니다. 하지만 그에게 있어 최고의 영예는 1994년 주어진 품질명장 수훈이었습니다. 선박전기 분야에 있어 국내 최초 품질명장이었기에 그 가치는 더했습니다.
최고참 명장으로서 명장의 역할에 대해 고민을 하던 그는 2008년 11월, 명장위원회를 만들었습니다. 각 분야 명장들의 잠재된 에너지를 모아 시너지 효과를 내고 싶었던 것이죠. 명장이라면 단순히 자신의 기술을 정진하는 데서 나아가 회사의 미래를 책임질 후배 육성에도 힘써야 했습니다. 사내 기술 훈련 강사로 나선 것은 물론, 사내 치공구 경진대회 및 중공업명장, 사내기능 경진대회 심사에도 앞장섰습니다.
최근에는 품질경영팀 최성우 대리의 제안으로 전사 현장 품질 책임자 교육에서 강연도 시작했습니다. 송 명장은 후배들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았습니다. 강의를 준비하는 송 명장의 열정에 최성우 대리는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고요.
"나중에는 소정의 강의료를 모아서 장학회에 기부하시더군요. 강의를 준비하는 모습에서부터 마무리에 이르기까지 오로지 후학을 양성하겠다는 열정에 정말 남다른 분이라 생각했습니다."
송 명장은 자신이 맡은 분야에 있어서만큼은 세계 최고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저를 비롯한 명장들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제 남은 바람은 회사를 떠나는 순간까지 후배들을 뒷받침하는 겁니다. 후배들이 명장이란 꿈에 한걸음 더 다가갈 수 있도록 말이죠!"
누구나 정상을 꿈꿉니다. 많은 사람들이 8부 능선까지는 능히 오르지요. 하지만 그 선을 넘는 사람은 손에 꼽을 정도입니다. 송 명장은 정상에 오를 수 있는 조건으로 ‘극기(克己)’를 주문합니다.
"지금도 매일 아침 자기 최면을 겁니다. 주문은 간단합니다. 자신을 이겨라. 그 누구보다도 상대하기 어려운 게 자신입니다. 진정한 라이벌은 다른 사람이 아닙니다. 회사에는 어려움을 함께 헤쳐 나갈 동료만이 있을 뿐이에요."
[송창섭 명장의 좌우명 '물 같이 살아라']
하나. 물은 유연하다. 어느 모양의 그릇에도 적응한다.
둘. 물은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막힘없이 흘러 한데 어울린다.
셋. 점적천석(點滴穿石), 끈기있게 세월을 버텨낸 물방울은 단단한 돌을 뚫는다.
넷. 물은 강인하다. 불탄 곳에는 재라도 남지만 물은 흔적조차 남기지 않을만큼 강하다.
다섯. 물은 만물에게 더없이 소중하다. 물 없이는 세상이 존재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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