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은 지금 어디에서 얼마나 오랫동안 살고 계신가요? 어렸을 적엔 학교에서 고향의 역사나 특산물을 배웠던 것도 같은데, 지금 내가 사는 마을에 대해서 알고 있는 걸 꼽자면 막막한데요. 두 아들에게 거제도가 어떤 곳인지 알려주고 싶은 마음에 여행과 공부를 시작한 직원이 있습니다. 사내 칼럼니스트 천종우 반장이 초대하는 거제의 역사 속으로 함께 떠나 보실까요?
어느덧 거제조선소에서 일한 지 20년이 흘렀습니다. 20살이었던 저는 이제 두 아들의 아버지가 되었죠. 어느 날 문득 제가 20년 동안 살고 있는 거제도가 어떤 곳인지, 역사적으로 어떤 의미가 있는지 아들에게 알려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전문적인 지식은 조금 부족하더라도 삼성중공업인, 거제시민의 자부심을 갖고 한번 도전해 보기로 했죠.
거제도의 옛 이름은 '상주군'이었습니다. 신라 31대 왕이었던 신문왕 재위당시 '해가 일찍 뜨는 동쪽'이라는 뜻으로 붙은 이름입니다. 이후 8세기, 신라 35대 왕 경덕왕 때 처음으로 '바다 건너 큰 섬'이라는 뜻의 '거제군'으로 불리기 시작했답니다.
이번 시간에는 거제도 남서부에 위치한 유적, 기성관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기성관은 1422년(세종4년) 남부 해안가를 노략질하던 왜구를 막기 위해 지어졌는데요. 임진왜란 때는 일본군에 함락되면서 72년간 조선에서 잊히는 불운을 맞았습니다. 당시 현령이였던 김준민이 진주성 원정을 떠나 무방비 상태였던 탓이죠.
1664년(현종4년)에 들어서야 거제도는 조선에 수복되는데요. 거제현아, 기성관 등 중심지를 계룡산 동쪽에서(現고현) 서쪽으로(現거제면) 옮긴 이래 오늘날까지 한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진주 촉석루, 밀양 영남루, 통영 세병관과 더불어 영남 4대 누각으로 꼽혔던 기성관은 일제강점기 거제초등학교의 교실로 쓰이다가 1974년 경상남도 유형문화재 제81호에 오른 후, 2007년 사적 제484호로 지정되면서 가치를 재평가 받았습니다.
옛 건물의 규모를 얘기할 때는 흔히 '칸'이란 용어가 쓰이는데요. '1칸'은 기둥과 기둥 사이를 말합니다. 기성관을 떠받치는 기둥은 정면에 10개, 측면에 4개가 있으니 정면 9칸 측면 3칸의 건물인 셈입니다. 초가삼간(칸)의 뜻, 이제는 아시겠죠?
기성관을 둘러보면 유독 높은 가운데 부분의 처마가 눈에 띄는데요. 왕을 상징하는 패를 모시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창호나 벽이 없어 사방으로 열린 공간인 대루는 고위 관리가 거제를 찾았을 때 연회나 토론회를 여는 장소였습니다. 지금은 사방이 시원하게 트여 있지만, 옛 문헌에는 난방을 하는 기록이 남아 있어 숙소로 쓰였다는 사실을 추정할 수 있습니다.
기성관 단청은 국내에서 유일한 남아식(南亞式) 불화단청(佛畵丹靑)입니다. 잘 아시다시피 단청이란 목조건물의 벽, 기둥, 천장 등에 오색(청, 적, 황, 백, 흑)으로 무늬를 그려 넣은 것인데요. 남아식 불화단청이란 인도,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등 남아시아에서 유행하는 불교색의 단청이란 의미입니다. 단청에 들어가는 다섯가지 색은 각각 의미하는 방위가 있는데요. 청색은 동쪽, 백색은 서쪽, 흑색은 북쪽, 적색은 남쪽, 황색은 중앙을 각각 나타냅니다.
현재 기성관 내에는 거제향교 및 동상리, 서정리에 흩어져 있던 송덕비, 행적비가 14개나 있는데요. 흔히 볼 수 있는 비석 외에 쇠로 만든 철비도 있어 눈길을 끕니다.
기성관 견학은 근처의 질청(과거 하급관리의 집무실)과 함께 보셔도 40분이면 충분합니다. 근처에는 5일장이 있으니 일정을 미리 확인해서 함께 체험하면 좋을 듯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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