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행 탑재(Pre-Erection)는 여러 개의 작은 블록을 합쳐서 대형 블록으로 만드는 작업 공정입니다. 블록을 대형화 하면 도크(dock : 선박 건조 작업을 진행하는 곳으로 선박이 완성되면 물을 채워 바다에 띄울 수 있도록 만들어진 시설)에서 작업하는 시간을 단축시킬 수 있기 때문에, 선박건조에 있어 선행 탑재 공정은 생산성 향상에 있어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선행 탑재에서의 핵심은 바로 '블록 마킹'.
이 단계에서의 마킹은 철판에 각종 부재들을 붙이기 위해 선으로 미리 표시해 주는 것입니다. 그런데, 거제조선소에는 이러한 '블록 마킹'의 달인이 있습니다. 그 주인공은 선행건조1부에서 일하는 김영호 직장.
김영호 직장이 조선소 일을 시작한지는 햇수로 28년.
그는 '83년 기계공업 고등학교 졸업 후 수습사원으로 조선소에서 처음 일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고등학교 때 배운 실습과 현장에서의 작업은 많이 달라 처음엔 어려움이 많았다고 합니다.
"일을 시작하고 어느 날 처음으로 선박건조 도면을 접했어요. 그 도면을 가지고 하나의 큰 선박을 완성시킨다는 게 신기하더라고요. 그래서, 궁금한 게 있을 때마다 선배들에게 수시로 물어봤죠. 처음 몇번은 잘 가르쳐 주다가 나중엔 다 배울텐데 왜 이렇게 질문이 많냐며 귀찮아 하더라고요."
그때부터 김영호 직장은 혼자 도면을 분석해보고, 각종 용어와 약어 등을 외우고 익혀가면서 마킹을 배우게 되었다고 합니다.
"마킹을 잘못하면 다음 작업에서 오류가 생기기 때문에 매우 섬세하게 해야 하죠. 작은 실수가 부재를 붙였다 다시 떼어야 하는 등 재작업을 유발하므로 선박건조 기간에 영향을 줄 수 있거든요. 그래서 항상 작업 후 꼼꼼하게 재검토 하는 것이 습관이 됐어요."
김영호 직장의 이런 철저한 품질관리 원칙 때문인지 그가 작업한 블록들은 오류가 없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이렇게 원리와 원칙을 철저히 지키고 품질 문제와 관련해서는 한치의 양보도 없어 주변 동료들은 그를 '똥고집'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철판은 시간대별 기온에 따라 늘어나거나 줄어드는 등의 변화가 일어나므로 정확한 마킹 작업을 위해 많은 경험과 노하우가 필요합니다. 그래서, 김영호 직장은 때론 아침 일찍부터 저녁 늦게까지 블록의 변화를 관찰하며 기온변화에 따른 철판의 두께와 길이를 데이터화 하는 작업을 진행했다고 합니다.
여름철에는 블록에 올라가면 땀이 비오듯 쏟아지기도 했지만, 그럼에도 그는 블록에 올라가 하루종일 관찰하면서 블록의 변화에 따라 작업 방법을 개선해 나갔습니다. 그의 이러한 노력으로 전체적인 품질 향상 효과를 가져와 선주들의 만족도가 높아졌다고 합니다. 덕분에 사내기능 최우수상, 노동부 장관상, 신지식인상 등 다양한 수상경력과 함께 중공업 명장으로도 선정되었습니다.
실제로 '98년 드릴십 건조 초창기에는 시추장비 하부 구조물 작업 표준이 없어 품질 및 설계 담당자들도 매우 곤란해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이때 김영호 직장이 그간 축적한 데이터를 기준으로 '드릴십 선상 마킹작업 표준'을 정립하는데 큰 도움을 줬다고 합니다. 이것이 세계 최고의 품질을 가진 드릴십 탄생의 발판이 된 것입니다.
"선행 탑재 공정은 한마디로 사람의 허리 역할이라고 할 수 있어요. 선공정(조립)의 문제점을 최소화 하여 후공정인 탑재에서 완벽한 선박을 건조할 수 있도록 최상의 품질을 확보하여 전달하는 가교와 같은 역할입니다."
이제 그는 블록을 보면 어떤 상태인지, 어떤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지도 예상할 수 있다고 합니다. 한눈에 쉽게 파악할 수 있어 관리하는 것도 쉬워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선사항이 없는지 꼼꼼하게 찾아보고 연구하며 끊임없이 자신을 채찍질한다고 합니다.
"노력없이는 얻을 수 있는 게 없습니다. 저의 앞으로 목표는 대한민국 명장 입니다. 그리고, 기회가 된다면 후배들에게 저의 경험과 지식을 전수해 주고 싶습니다."
지금껏 해왔던 것처럼 제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며, 늘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싶다는 김영호 직장.
그의 다음 꿈은 무엇일지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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